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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인생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기희/윈드화랑 대표·작가

모든 예술은 혼으로 통한다. 예쁜 그림, 좋은 음악, 멋진 글이 예술이란 명찰을 달기 위해선 영혼을 불사른 흔적이 있어야 한다. 신명을 바쳐 혼을 불사르면 사랑이 운명이 되고 인생이 예술이 된다.

소피 바르스 감독의 ‘영혼을 빌려드립니다’는 사람의 영혼이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블랙코미디다. 일상의 스트레스로 지친 유명한 배우 폴은 영혼을 바꿔 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자신의 영혼을 어느 러시아 여성의 영혼으로 바꾸지만 더욱 공허해지고 핍박해져 다시 자기의 영혼을 찾으러 간다는 내용이 줄거리다.

공상 과학소설(SF)적 상상력과 감수성이 탄탄한 시나리오, 연기파 배우 폴 지아마티, 에밀리 왓슨 등 탄탄한 캐스트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수작이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의학이나 공학이나 미술만이 예술이 아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예술이다”라고 했다. 인생만큼 복잡하고 어렵고 다양하고 총체적인 예술이 있을까?

프롬은 예술이 예술로서 생명력을 지니려면 개성과 독창성을 지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생이 예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타인과 구별되는 삶,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인생이 예술이 되면 지리멸렬하고 구태의연한 삶의 쳇바퀴에서 헤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을 위한 예술(Artforlife'ssake)'을 주장하는 인생파 예술론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논리를 반박한다. 찌든 삶의 고통과 당장 직면한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예술지상주의 탐구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예술은 인생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정답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다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혀 준다. 같은 고통, 어려움을 당한다 해도 대처하는 방법이 유연해 진다. 예술지상주의와 인생중심주의 양극단의 출발은 인간이다. 인간만이 예술을 누릴 자격이 있고 인간 없이는 예술도 존재하지 않는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은 인생의 모방’이라 했고, 오스카 와일드는 ‘인생은 예술의 모방’이라는 헷갈리는 분석을 했다. 예술과 인생의 허상과 실상을 혼돈한 때문이다. 예술은 환타지를 추구한다. 허상을 통해 실상을 보려는 인간의 작업이다. 인생은 실상을 통해 허상 즉 판타지를 꿈꾸는 살아있는 행위다.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 건 판타지를 꿈꿀 무엇이 인생이라는 단어 속에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명을 바쳐 살아야 할 그 무엇이 있는 삶은 아름답다. 인생과 예술은 동반자, 함께 가면 덜 힘들고 적게 외롭다.

인생이 예술이 되려면 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음식의 감칠 맛을 내게 하는 건 양념이다. 훌륭한 요리사는 원재료의 맛을 살리면서 조화롭게 양념을 섞어 맛을 낼 줄 안다. 양념을 너무 넣으면 본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진다.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기회는 달아나기 쉽고, 경험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며 판단은 어렵기만 하다”고 했다. 그 누구도 한 인간의 삶이 지리멸렬한 고행이었는지 예술인지를 속단할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로 살아온 모진 고통을 딛고 평생 모은 돈을 장학금을 기부한 김군자 할머니 삶은 예술이다.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가치 있는 무엇을 위해 향해 신명을 바쳐 살았기 때문이다. 인생이 예술이 되면 삶이 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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