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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푸른 바다, 생태계 복원은 멀었다

Los Angeles

2011.04.19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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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제외 92% 정화 마무리
현재 2천여명 작업 게속
주민 보상도 남은 과제로
오늘(20일)은 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으로 기록된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그 동안 심해의 자정 능력과 현재까지 진행중인 기름 제거 작업으로 멕시코만은 다시 예전의 푸른빛을 되찾았다. 하지만 피해 지역 생태계 파괴를 비롯 삶의 터전을 잃은 지역 주민의 상실감, 유출된 기름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피해 보상 문제 등 사고 후유증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원유유출 사고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봤다.

사고의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

◇ 죽음의 바다

지난 2010년 4월 20일. 멕시코만에서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패트롤리엄(BP)이 운영하는 시추시설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11명이 사망했고 유정과 시추시설을 연결하는 대형 파이프 3개에 구멍이 나면서 5000피트 심해에 있던 원유가 쏟아져나왔다. 유출된 기름 제거를 위해 4만8000여명의 인력과 6900척의 선박이 동원돼 원유유출 차단에 나섰지만 사고가 발생한지 87일이 지나서야 유정이 봉쇄됐다.

이 기간 약 490만 배럴의 원유가 쏟아져나왔으며 이는 올림픽 경기 규격의 수영장 312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유출된 기름띠는 자연 생태계를 파괴했다. 야생동물의 보고인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 앨라배마주 해안 습지를 비롯해 플로리다주 서부해안까지 확산되며 바다거북이 100여마리와 수 천마리의 조류가 피해를 입었다.

연방 어류야생동물보호국이 지난 3월말 발표한 원유유출 보고서에 따르면 펠리컨 932마리와 3300여마리의 붉은부리 갈매기를 포함해 총 8000여 마리의 조류가 기름을 뒤집어썼다. 또한 600여마리의 바다거북이와 돌고래 100여마리가 죽었다.
전국에서 소비되는 굴의 67%가 생산되고 새우와 게 등 연안 어종의 보고이자 어업 중심지인 멕시코만 어장이 폐쇄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해양 관광지인 멕시코만에 관광객의 발길마저 끊겨 지역 경제는 파탄났다.

◇ 생명이 돌아온다

멕시코만 지역에서 연방 및 주정부 차원의 긴급 방제 작업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종료됐지만 해안가 정비 작업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 14일 연방해안경비대 긴급사고 대책반의 댄 라우어 반장은 “루이지애나 해변 지역에서 일부 습지를 제외하고 92%정도 정화작업이 마무리됐다”며 “현재 200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남은 기름 찌꺼기 제거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과 8월 심해에서 채취한 170개 표본 분석 결과 원유의 흔적이 없었다. 심해에서 원유가 사라진 이유는 엄청난 수압과 원유를 분해하는 심해 박테리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BP걸프만회복위원회의 마이크 우슬라 디렉터는 “올 해 말까지 멕시코만 정화작업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6월부터 11월까지 태풍 시즌 이후에도 바다를 비롯한 해안선 모니터링 작업을 통해 지속적인 확인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년전 검게 변했던 바다가 다시 푸른빛을 띄면서 해양 생물들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연방정부는 멕시코만에서 잡히는 새우가 지난 1~2월에 전년 동기보다 9%나 더 많이 잡혔다며 멕시코만이 빠르게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에 대한 수요는 없다시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국 수산물 가격은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멕시코만 사태 발생 후 40%이상 폭등한 새우 가격도 여전히 파운드당 7.50~7.99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굴 가격도 파운드당 33%, 대하 가격과 20%정도 상승했다. 전국수산과학원(NFI)에 따르면 원유유출 사태로 굴과 새우 등 수산물 가격은 전국 평균 30%이상 상승하며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고통이다. 최근에는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 문제까지 불거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고 이후 BP는 경제적 피해 보상을 위해 200억 달러를 내놓았고 이 기금은 멕시코만 보상처리국(GCCF)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BP와 피해 보상 협상을 진행중인 사람은 13만명에 달하고 있다.

◇ 앞으로의 전망은

멕시코만 사고는 세계인에게 화석 연료에 집착하는 에너지 소비행태에 대한 경종과 동시에 연안 및 심해 원유 시추의 위험성을 일깨워줬다.

이에 따라 석유업계는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유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위기관리 기금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연방 의회는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 억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으며 장기적인 에니지 정책 변화도 제자리 걸음 상태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멕시코만 심해 시추를 불허하던 태도를 바꿔 지난 2월에는 휴스턴에 본부를 둔 노블 에너지사가 신청한 멕시코만 심해 시추 작업 재개를 승인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지난 1989년 엑손발데즈호 원유유출 사고를 답습해선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시 사고 직후 방제에 관한 정부 차원의 대비와 연구가 진행됐으나 2~3년 후 중단됐다. 이 후 원유업체들은 바다에 더 깊은 구멍을 뚫고 기름을 빼냈으며 결국 멕시코만에 재앙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1년. 기름을 내뿜던 유정은 봉쇄됐고 푸른빛의 바다에는 다시 생명이 숨쉬고 있다. 하지만 생태계 복원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입은 몸과 마음의 상처는 계속될 전망이다.

사고 일지

▶ 2010년 4월20일: 남부 루이지애나주 연안에 있는 해상 석유시추시설에서 폭발사고와 함께 화재가 발생

▶ 2010년 4월22일: 미국 멕시코만 해상의 석유시추시설 ‘딥 워터 호라이즌’ 해저로 침몰

▶ 2010년 5월24일: 원유 유출 피해지역 3개주에 어업재해 지역 선포

▶ 2010년 6월14일: 오바마 “기름유출 9·11과 닮았다”… 향후 몇년간 국민 정서 바꿀 초대형 사태 선포

▶ 2010년 9월 19일: 사고 발생 87일만에 유정 봉쇄 완료

▶ 현재: 피해지역 해변 정화작업 진행 중

곽재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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