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지급보증→신용장 개설 '법인장 대출' 사전 인지 의혹 형사 아닌 민사소송 제기에 '집안 일' 로 덮으려나 추측도
롯데상사 미주법인이 자사의 미주법인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본지 4월23일자 A-1면>한 것을 놓고 관련 업계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롯대상사가 지난 22일 LA민사지법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신 모 법인장이 800만달러가 넘는 롯데의 자금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전용했다. 이 중에는 태평양은행에서 대출한 300만달러(2010년 3월) 롯데에서 프레시아로 송금한 380만달러(2010년 8월~12월) 중앙은행에서 대출한 350만달러(2010년 11월) 등이 일부 포함돼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신 법인장이 롯데 본사에 보고도 하지 않고 1000만달러에 가까운 돈을 어떻게 전용할 수 있었는 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롯데 본사가 지급보증을 하고 신용장을 개설한 만큼 본사도 신 법인장의 대출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급보증 문제는 자세히 모른다"고 답했다. 롯데상사 미주법인이 사용할 수 있는 지급보증 한도액이 5000만달러나 된다는 데 사실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롯데 측은 "5000만달러면 (원화로) 얼마냐. 그렇게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 확인된 것이냐. 확인된 것이 아니면 이야기하지 말자. 지급보증 한도액이 얼마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궁금점은 롯데가 800만달러라는 거액이 전용된 사건에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으로 대처한 이유다. 이와 관련 업계 일부에서는 롯데가 법인장과 모종의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소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롯데의 감사팀은 법인장이 현재 LA에서 거처하는 집의 주소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또 법인장과 수시로 연락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장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롯데 측과 정리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가 집안 일로 처리하고 그냥 덮으려 한다는 관측이 힘을 받는 이유다.
롯데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민사소송은 미국 현지법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필요하면 형사소송도 갈 수 있다. 지금은 조사 중이다. 민사소송을 통해 형사혐의가 있다고 파악되면 형사소송도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도 신 법인장과 연락을 하고있냐'는 질문엔 "답변하기 곤란하다. 연락이 됐다 안됐다 한다"고 말했다.
거액의 자금 유용사건이 터진 만큼 롯데상사 미주법인이 그동안 세금보고를 어떻게 했는 지도 관심사다. 롯데의 주장처럼 신 법인장이 800만달러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전용했다면 거액의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도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신 법인장은 미주법인에서 일한 지 올해로 8년째가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 법인장은) 치밀하고 꼼꼼하다는 평판을 들었다. 그가 소송에 어떻게 대처할 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