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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진지한 대화 어색하기만 한데…" 말문 닫은 아이 '대화단절' 벽 허물기

Los Angeles

2011.05.0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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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저렇게 컸을까. 언제까지고 품안에 있을 것 같았던 아이가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고 느끼는 순간 부모들은 아이와의 사이에 높고 두터운 담이 들어섰음을 알게 된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대화의 장벽이다. 자녀와의 대화. 학부모라면 누구나 "모자라다"는 느낌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이번 주말에…' '올 여름 가족여행에서…' '지금 벌려놓은 일만 마무리되면…'이라는 식으로 늘 미루어오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기회가 온 듯 해도 아이와 마주 앉기가 쉽지 않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영어로 해야할까. 한국말로 하면 알아듣기나 할 지 부모 자신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마주한 11학년생 A군은 부모와 일주일간 대화하는 시간이 10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학교 끝나고 어디 들렸다 올테니 늦을 것" "이번 주말 학교 프로젝트 때문에 친구집에서 자야할 것 같다"는 등의 일방적인 얘기가 전부라는 것. 학교 끝나고 가는 곳이 어디라거나 이번 프로젝트가 어떤 내용인지 묻는 일도 묻지 않는데 일일히 설명하는 일도 엄마와의 사이에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는 것이다.

중학생인 딸아이와 함께 한국드라마를 보던 P씨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주인공이 임신을 한 후 고민에 빠져있는 장면을 보고 딸아이와 얘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미혼모 임신 책임 등에 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눠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던 것이다.

잠시 후 딸의 방에 들어간 P씨는 "아까 드라마에서 말야. 어떻게 생각하니?"라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What?"

도대체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는 아이의 반응에 모처럼 모녀간에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려던 생각이 목으로 꼴깍하고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아이와 마주앉아 긴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늘 이런식이었다. 어쩌다 아이와 터놓고 얘기해보려고 조용히 얘기를 끄내면 아이의 반응은 "엄마 왜그래"다. 엄마가 혹 죽을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는 표정이다.

학부모 상담 전문인들은 자녀와 어려서부터 꾸준히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두터운 장벽을 만들지 않는 대처법이지만 혹 이미 늦었다는 시간에 다시 시작한다해도 결코 늦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녀와 대화할 땐 이렇게…
무시하는 말투 피하고
말싸움은 절대 말아야


▶ 관심을 보이고 주의를 기울여라. 시선을 맞추어서 부모가 자녀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야 한다.

▶자녀는 부모가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낄 때 비로서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다.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자.

자녀는 흔히 대화시 단어와 경험 부족으로 적절한 표현의 단어를 찾기에 성인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특히 부모와 서로 다른 언어에 익숙하다면 더욱 그렇다

▶자녀의 말을 경청하자.

자녀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말을 가로막아 대화를 중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녀가 의견을 가지고 표현하는 권리를 존중하자.

▶자녀의 목소리의 톤 얼굴 표정 활기참의 정도 자세 혹은 행동 유형의 변화 등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지에 깊이 주의하며 경청하자.

▶자녀와의 토론(debate)은 절대 금물. 아이에게 자칫 부모의 생각을 강요한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또 이 또래의 아이들은 부모와의 토론에서 전혀 말이 안되는 억지를 부리곤 한다. 말싸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아이가 갖고 있는 생각에 절대 동의하라. 이 또래의 아이들을 스스로 모든 일에 전문가임을 자신한다. 아이의 생각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는 좋지 않다. "어 그래? 아 그렇구나.. 그래서 어떻게 됐어?(Please tell me more…)"라는 동의 표현을 자주 할 수록 아이는 부모에게 더 쉽게 다가올 것이다.

전문가 조언
먼저 다가가고 끝까지 들어라


십대 자녀와의 대화 장애는 비단 한인가정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글렌데일 크레센타 밸리 고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미나의 주제는 '청소년 자녀와 대화하기(How to Communicate with Teenagers)'였다. 강사로 초빙된 로빈 워커 청소년 전문 상담심리학자는 청소년기 시절의 뇌구조를 조금만 이해한다면 아이의 비정상적인 태도를 지금보다는 쉽게 받아들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오늘 학교생활 괜찮았니?'

"부모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으레 던지는 질문이지요. 이때 아이들은 한결같이 '잇 워즈 오케이(It was OK)'하고 지나가죠. 그럼 부모는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한인 부모와 자녀들의 하루 대화는 대개 이렇게 시작되고 끝이 나곤 합니다. 더구나 그날 학교생활에 어땠는가 하는 질문은 십대 자녀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입니다."

청소년 전문 심리학자인 로빈 워커씨는 가정에서 부모자녀간의 대화습관이 심각한 수준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중 많은 경우는 부모들이 스스로 언어문제를 대화부족의 요인으로 꼽는다고 말한다.

"자녀들과의 진지한 대화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부모님들은 대개 자녀들이 불손한 태도를 이유로 제기하지요. 그러나 그것은 그 또래 아이들의 지극히 자연스런 모습입니다."

'이 얘기를 하면 아이가 듣기 싫어 하겠지'라는 등의 선입견에 부모는 자녀와 마주 앉길 스스로 거부한다는 것.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족 있는지 아이가(자식이기 때문에)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버려야 합니다. 사실 자녀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 만큼 부모의 뜻을 기대를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아이의 얘기를 끝까지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에게 말하기 거북한 내용일 수록 빙빙 돌려서 말하기 때문에 성격이 급한 부모들은 '그래서 했다는 거야 안했다는 거야'라며 즉각 답변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순간 대화는 끝나고 만다고 한다.

오히려 자녀에게 또한번 '엄마(아빠)와는 어차피 얘기가 안돼'라는 생각을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라고 신 박사는 말한다.

" '가족'이란 다른 관계와는 달리 언제고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장벽이란 어차피 하루아침에 허물수도 없을 뿐 아니라 하루아침에 나타는 것도 아닙니다. 자녀와의 대화가 시작하기 전에 먼저 부모가 자녀에게 다가가겠다는 결심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시작으로 자녀와의 사이에 가로막혀 있던 높다란 장벽에서 벽돌이 하나 하나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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