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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사다 '항명' 지터 '가세' 양키스 '흔들'…9번타자 배정 반발, 출장 거부

New York

2011.05.1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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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터 옹호 발언으로 파문 확산
지라디 감독 '엉거주춤' 행보에
캐시먼 단장 "계약 위반" 단호
'경로당 타선' 양키스의 고민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불씨


뉴욕 양키스가 지명타자 호르헤 포사다의 ‘항명 파동’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팀웍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키스가 노장선수들을 줄줄이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일어날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노장 선수들과 팀 사이에 타순은 물론 퇴출 문제 등을 놓고 갈등관계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

양키스를 일대 혼란으로 몰아 넣은 포사다의 ‘항명 파동’은 지난 14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리기 전 갑자기 일어났다.

전날 1차전서 4-5로 패한 양키스는 2차전이 열리기 전 타자들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포사다를 타순의 마지막 자리인 9번타자에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가 나오자 곧바로 포사다는 "나는 오늘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포사다는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경기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팀이 나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올해 주전포수 자리를 내주고 7번 타순에 지명타자를 맡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이 팀을 5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주역인데 말번 타순 배정이 웬 말이냐 하는 셈이었다. 한마디로 자존심이 매우 상했다는 이야기.

포사다가 돌출행동을 하고 나서자 조 지라디 감독은 당황했다. 출장 거부를 한 포사다를 감싸기도 그렇고, 팀 전체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적당히 덮어두고 넘어가기 어려워 엉거주춤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밥 캐시먼 단장 등 팀 관계자들의 입장은 단호했다. 캐시먼 단장은 곧바로 포사다의 출장 거부를 계약 위반으로 규정하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협의해 연봉삭감은 물론 방출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강경하게 나왔다. 팀에서 세게 나오고 뉴욕타임스 등 언론들이 항명 파동을 대서특필 하자 포사다는 "몸이 불편해서 한 경기를 쉬려고 했을 뿐"이라며 한 걸음 물러섰다. 포사다는 2차전이 열리는 동안 억지로 태연한 척 표정관리를 하면서 벤치에 앉아 있었고 결국 양키스는 0-6으로 졌다.

결국 포사다는 하루가 지난 15일 레드삭스와의 3차전을 앞두고 지라디 감독과 캐시먼 단장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9번타자 배정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 잘못임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포사다는 이날 5-7로 뒤지던 8회말에 핀치히터로 타석에 나서 볼넷을 골라 나갔다. 포사다가 타석에 들어서자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홈팬들은 포사다를 향해 “호르헤” “호르헤”를 외치면서 열띤 환호를 보냈다. 팬들은 항명 파동에도 불구하고 포사다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준 것. 그러나 애석하게도 양키스는 3차전서도 3-7로 패해 시리즈 3전패를 포함 5연패 기록했다.

일단 포사다가 이날 한 차례라도 타석에 나서면서 ‘항명 파동’은 여기서 마감이 되는 듯했다. 양키스 포수 출신인 지라디 감독도 “포사다가 했던 행동을 이해한다”는 말로 사태 수습에 나섰고, 양키스 제이슨 질로 대변인도 “이 건은 이제 마무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팀의 캡틴이자 포사다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한 친구 데릭 지터가 포사다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지터가 "포사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정도의 발언을 했으면 큰 문제는 없었을 터. 그러나 지터는 “포사다가 그 같은 행동을 한 것을 두고 선수들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그는 할 말을 했다)”면서 “솔직히 나도 한 게임 쉬고 싶다”고 속마음을 터뜨려 버린 것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이 같은 지터의 발언을 전해 듣고 큰 분노감을 드러냈다. 캡틴으로서 선수와 구단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포사다 편에 서서 “그가 뭘 잘못했느냐”는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같은 포사다의 항명, 뒤이은 지터의 옹호 발언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포사다는 올해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타율 0.165를 기록하고 있다. 양키스의 영광을 대표하는 선수이기는 하지만 25인 로스터에 올라 있기가 민망한 정도의 성적이다. 심한 자괴감을 갖고 있는 포사다 입장에서는 구단에서 사전에 한 마디 언급도 없이 말단 타선에 배정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니까 속에 있는 분노가 폭발해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터 또한 마찬가지. 지터는 지난해 타율 0.270으로 부진을 보인 뒤 올 오프시즌 중 타격자세까지 바꾸면서 노력했고, 올 시즌 타율 0.260에 머물고 있다. 1번에서 2번으로 타순을 조정한다는 이야기, 타율이 더 떨어지면 유망주 선수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는 루머가 구단 주위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3000안타 대기록을 앞두고 있는 지터도 이러한 팀에서 흘리는 ‘외곽 때리기’ 성격의 루머를 듣고만 있다가 이번에 포사다의 항명 파동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불만을 폭발시킨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양키스로서는 뾰족한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포사다와 지터를 당장 전력에서 빼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마냥 놔둘 수도 없다. 이들 두 선수를 뺏다가는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팀웍과 선수들간의 케미스트리가 완전히 붕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포사다와 지터 외에도 알렉스 로드리게스(타율 0.250), 마크 테셰라(타율 0.259) 등도 부진을 보이고 있어 언제 제2, 제3의 ‘항명 파동’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입장이다.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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