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5월과 6월이 졸업시즌이다. 미국생활에서 문화의 차이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 한가지가 졸업식은 했다는데 졸업장이 없고, 졸업은 하지 못해도 대학(?)에 다니면서 고등학교 과정를 배우는 학생도 제법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학을 몇 년씩 다녔어도 학사나 석사, 박사 학위증서를 받아야 진정한 졸업이고, 나머지는 수료식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가끔씩 한국에서 유명인의 미국유학이 사실이냐 아니냐로 뉴스거리가 되는 듯 하다.
한국에서는 대개 고교까지는 다니기만 하면 졸업을 하고 대학도 무지막지하게 공부해서 성적에 맞춰 들어가면 대개는 졸업을 하게 되고 학사모를 쓰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하며 ‘공부가 취미’인 이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나와 내 친구들은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적어도 1학년 때는 무조건 놀 수 있다는 걸 알고 그날을 위해 참고 견디며 선생님과 부모님의 끊임없는 잔소리를 들으며 공부에 매달렸다. 대학 입학후 4년 뒤에 받은 졸업장과 교사자격증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도 못하고 넓고 넓은 세상에 나왔다.
누구나 지나면 후회하는 게 많겠지만 그 당시에 좀 더 많이, 원없이 공부해 코피를 막으며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젊은날의 특권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런 날은 나중에 후회해도 다시 돌아 오지 않는다.
미국에서 대학졸업은 적어도 세 번 하게 된다. 전공 학과와 학부, 대학 전체로 하는 졸업식이 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참가하는 건 전체졸업식이다. 2년 전에 커뮤니티 칼리지와 메릴랜드대 졸업식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졸업식은 다국적인 인종이 참여하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우수상을 받은 조카에게 대학원은 왜 안가냐고 물었더니 공부라면 이젠 원없이 한 것 같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고교를 한국에서 마치고 여기서 4년만에 우수상을 받으며 졸업하기까지는 조카는 거의 일년 내내 새벽에 일어나 밤 늦게까지 공부했다. 자동차로 학교에 데려다주며 누룽지밥을 먹이고 조금이라도 자게 하려고 길을 전세낸 것처럼 천천히 운전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 결과로 조카는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보람을 느낀다.
나이가 드니 지금은 친구들도 졸업식 때문에 미국에 오게 된다. 그 덕에 친구들을 만나게 되니 기쁘고 반갑지만 고민도 된다. 올해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호텔경영을 배운 조카, 플로리다에서 항공우주학을 배운 친구 아들,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는 조카가 있다. 다른 이들은 우리 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웨스트 포인트 졸업식은 몇년 전 약속한 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가보려고 한다. 역시 5~6월은 졸업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