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히트 멤버들은 시카고 불스와 22일 NBA 동부 결승 3차전에 앞서 크리스 보쉬(사진)에게 주문 하나를 했다.
이날 경기 만큼은 그가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던 토론토 랩터스 시절 때처럼 뛰라는 것이었다.
보쉬는 동료들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34점으로 불스에 폭격을 가하며 히트의 96-85 승리를 이끌었다.
히트 유니폼을 입은 뒤 그의 최고 플레이였다. 덕분에 히트도 시리즈 2승1패로 우위를 점했다.
올시즌 들어 히트의 빅3 멤버 가운데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았던 선수가 바로 보쉬였다.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에 비해 네임 밸류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소프트하다' '소극적이다' 등의 비아냥을 귀 따갑도록 들었다.
심지어 시트콤 'Two and Half Men(두 남자와 절반의 남자)'에도 비유됐다.
선수들도 그를 툭툭 건드렸다. 케빈 듀란트(썬더)는 "가짜 터프 가이"라 불렀고 불스 포워드 카를로스 부저는 "마이애미에는 스타가 2명만 있다"며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취미가 독서인 보쉬는 'NBA의 신사'로 통한다. 대다수 선수들이 경기 전 음악을 듣는 것과 달리 그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린다. 하지만 인내력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3차전서 불스의 '떠벌이' 포워드 타지 깁슨이 그를 향해 "한 번 던져봐 못 넣을걸"이라며 계속 트래쉬토크로 약올리자 보쉬도 발끈했다. 순간 그는 현란한 스핀 동작으로 깁슨의 파울을 유도했다.
깁슨을 향해 "당장 꺼져"라고 트래쉬토크를 곁들이면서. 결국 깁슨의 말은 보쉬의 득점포에 방아쇠를 당겨준 꼴이 됐다.
보쉬는 자신을 향한 비난이 동기유발이 됐음을 인정했다. 경기 뒤 '카를로스 부저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난 다른 사람이 뭐라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농구선수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동기유발이 될만한 것을 찾는다. 오늘 슛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보쉬는 이번 시리즈 들어 두 경기서 30득점 이상을 올리며 팀내 최고 스코어러로 등장했다.
물론 르브론 제임스와 드웨인 웨이드에게 수비가 집중된 것도 도움이 됐지만 NBA 최고의 기교파 포워드 중 한명인 보쉬가 3점슛 내의 어떤 사정거리에서도 득점을 올릴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득점쇼였다. 사실 지난해 이맘 때만해도 보쉬는 모든 NBA 팀들이 탐을 내던 선수였다.
보쉬는 히트로 오기 전 토론토 랩터스에서 통산 최다득점 리바운드 블락 출전시간 출전경기 기록을 보유했고 올스타에도 6차례 선정됐다.
필 잭슨 전 레이커스 감독으로 하여금 벌금까지 얻어맞게 할 정도의 탈렌트를 갖췄다.
잭슨은 당시 "보쉬가 탐난다"고 말했다가 탬퍼링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2만5000달러 벌금을 부과받았다.
보쉬는 FA로 풀리기 전인 2009-10시즌 때 "내가 1인자로 활약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 2인자 자리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절친'인 웨이드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꾸고 마이애미와 사인했다. 3차전 뒤 웨이드가 "오늘 경기 좋았어 C.B."라며 보쉬를 향해 엄지를 추켜세우자 보쉬의 대답은 의미심장했다. "그냥 너를 닮으려고 한 것 뿐이야 넘버3(웨이드 배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