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공포증을 가진 사람(germophobe)의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 없이 손을 씻어야만 안심이 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많이 모인 공공장소에 가기가 두렵고 가방에는 항상 알코올 등 주변을 살균할 준비가 되어 있다. '헬스 닷컴' 블로그에 최근 소개된 세균공포증을 가진 한 여성의 케이스가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제인(가명)이라는 이 여성은 자신에게 이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를 다섯살로 기억한다. 엄마와 함께 친구 생일파티에 가던 중이었다. 엄마는 문득 딸인 제인의 뺨에 잼이 묻은 것을 발견하고 (여느 엄마들이 잘 하는 것처럼) 핸드백에서 휴지를 꺼내 자신의 침을 묻혀 잼을 닦아 주었다. "나는 그 때 심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였다. 마치 엄마의 침이 나를 해치는 무서운 독약품 정도로 느껴졌기 때문이다"고 당시의 감정을 표현한다.
어린아이였지만 자신도 모르게 엄마의 팔을 뿌리치고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정신 없이 비누로 엄마의 침이 묻은 얼굴을 계속 문질러 씻어 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제인 나는 너의 엄마야!"하고 소리쳤다.
그때부터 제인의 '세균과의 전쟁'은 시작됐고 해를 거듭할 수록 심해졌다. "마치 내 주변의 세균들이 기회만 있으면 내 몸에 들어와 병이 나게 할 것 같다는 공포심 속에서 살았다. 무엇보다 나의 부주의로 이 같은 일이 생기면 절대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점점 사로 잡혀 갔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방 안에는 항상 알코올을 흥건히 적신 휴지를 갖고 다녔다. 집안은 물론 비행기 여행을 할 때에도 좌석은 물론 손잡이 트레이 테이블 리모트 컨트롤 등 주변을 닦아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1년 전에 딸을 낳았다. 이제는 과거보다 소중한 딸의 건강을 위해서 두배 세배로 세균 청결에 에너지를 사용했다. 물론 딸아이는 놀이터에 절대로 데리고 가지 않았고 자신의 손처럼 딸의 손도 하루에 수없이 닦아주고 또 닦아 준 결과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놀러 왔다가 구두를 입에 물고 있는 어린 딸을 보면서 "네가 하도 철저히 세균 침입을 막으니까 아이가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면역력을 키우려고 애쓰고 있지 않느냐?"며 농담으로 한 말이 가슴에 와서 닿았다. 어쩌면 친구말 처럼 자신의 지나친 청결이 아이에게 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키울 기회를 빼앗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세균 공포증이 '정도가 심하다'에서 이제는 '괴상한 수준'으로 넘어갔다는 걸 깨달았다. 식당 등에 갔을 때 화장실에서 손을 닦기 위해 팔꿈치로 수도꼭지를 돌리는 자신을 보게 된 것이다.
앞으로 세균 속에서 살아가야 할 딸아이와 또 자신의 지나친 강박증을 위해서도 행동수정이 필요함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에서 강박적으로 손을 씻으러 달려가고 싶을 때마다 '세상의 모든 세균을 내가 다 없앨 수 없다. 무엇보다 세균이 나와 내 딸을 병들게 하지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다. 조금씩 세균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딸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도 갈 수 있게끔 됐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주 손을 씻고 친한 친구가 마시던 물병을 벌컥 마실 수는 없다. 그러나 딸을 생각해서 조금씩 세균에 대한 공포증을 극복해 가고 있다.
☞통계를 보면
파티에서 누군가 내가 마시던 와인을 마셨을 때 51%는 “당장 버리고 새로운 잔에 와인을 마신다”고 답했다. 그러나 30%는 “좀 찝찝하지만 그대로 마신다”, 19%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대로 마신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