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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후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Los Angeles

2011.06.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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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미국 역사를 배우는 것만으로는 캘리포니아에서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기 힘들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 역사의 대부분이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계 백인들이 대서양 연안 지역에 발을 들여놓기 훨씬 이전부터,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는 다양한 원주민 부족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했다. 이어 캘리포니아는 17세기 후반부터 스페인에 의한 본격적인 식민화를 경험한다.

여름 방학은 자녀들에게 캘리포니안으로서 주체적 시각을 갖게 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캘리포니아 고유의 원주민(인디언) 박물관과 미션은 이 땅의 원주민 역사와 스페인 식민 과정을 좀 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현장’이나 마찬가지이다. LA를 중심으로 하루 나들이를 겸해 다녀올 수 있는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의 원주민 박물관과 스패니시 미션들을 소개한다.

원주민 박물관

캘리포니아를 삶터로 했던 원주민 부족의 숫자는 최대 100여 개에 이르렀다. 1700년대 후반 스페인에 의한 식민화가 본격화되기 직전, 이들 캘리포니아 원주민의 총 인구는 30만~150만 명 선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은 스페인 식민주의자들과 접촉이 시작되면서 급격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전투와 물리적 충돌 등을 통해 사망한 사람도 적지 않지만, 대다수는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이 옮겨온 질병에 희생됐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캘리포니아 원주민 숫자는 다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원주민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원주민이라고 밝히고 있는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인구 센서스 등에 따르면, 최근 캘리포니아의 원주민 숫자는 70만 명으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다. 원주민 숫자가 증가하면서 하나 둘씩 원주민 뮤지엄 등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카와이수 원주민 마을= LA 북쪽의 테하차피 산맥 중턱에 복원된 원주민 촌락이다. 카와이수 원주민 부족 말로 ‘토모-카니’로 불렸던 마을을 주 정부 등이 전통 보존 차원에서 재현해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토모-카니는 ‘겨울 마을’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네다바 주 등을 포함하는 대분지 지역에서 살던 카와이수 부족들이 수 천년 전 상대적으로 겨울에도 따뜻하고, 먹을 거리 등을 구하기 쉬운 이 곳에 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와이수 부족은 바구니를 짜는데 능하고, 화려한 디자인 문양으로 특히 유명하다.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예약을 해야만 방문할 수 있다.
▶전화 661-946-6092.

◆셔먼 인디언 뮤지엄= LA 동쪽 리버사이드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 최초의 인디언 학교의 전통과 함께, 캘리포니아 일부 원주민들의 삶의 자취를 돌아볼 수 있다. 1892년 세워진 이 학교는 한때는 재학생 숫자가 1300 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 현재 원주민 재학생은 수백 명 수준이다. 셔먼 인디언 뮤지엄은 과거 행정동으로 쓰이던 이 학교 건물을 개조한 것이다. 셔먼 인디언 학교에는 처음에는 캘리포니아 원주민 학생들만 재학했으나 나바호 부족 등 다른 주의 학생도 받았다. 백인 중심의 주류 사회와 쉽게 어울릴 수 없었던 원주민 학생들의 사연 등을 뮤지엄에서 파악할 수 있다.
▶전화 951-276-6719.

◆산타바버라 자연사 박물관=산타바버라 자연사 박물관은 과거 캘리포니아 남부와 북부 해안에 걸쳐 살았던 추마시 부족의 삶을 보여주는 각종 전시물을 소장하고 있다. 추마시는 스패니시 미션이 들어서기 전 인구가 최대 2만 명에 육박했는데, 카누 등을 이용해 해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남쪽으로는 말리부에서 북쪽으로는 파소 로블레스까지 대략 150개 마을을 형성해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화 805-682-4711

◆앤틸롭 밸리 인디언 뮤지엄=랭캐스터 시에 위치한, LA에서 가장 가까운 원주민 박물관 가운데 하나이다. 토요일과 일요일만 문을 연다. 앤틸롭 밸리 일대에 살던 원주민은 물론 멀리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일원에 살았던 원주민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각종 생활용품, 도구 등을 소장하고 있다.
▶전화 661-946-3055.

스패니시 미션

스패니시 미션(Mission)은 캘리포니아 역사의 허리 부분을 설명하는 존재이다. 원주민들이 살던 시절과 오늘날을 연결하는 역사의 고리인 셈이다. 스패니시 미션은 미국 동부 지역과는 판이했던 캘리포니아 특유의 식민화 과정을 보여준다. 스패니시 미션은 식민 시절 종교, 군사, 행정, 산업(농업)의 복합체였다.

18세기 후반 스페인 왕정은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중심이 된 미션을 활용해 캘리포니아 원주민을 개종시키고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하려 했다. 오늘날 랜치로 상징되는 캘리포니아의 농업과 축산업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도 미션 시대였다.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해안을 따라 전략적으로 세워진 21개의 미션 가운데 캘리포니아 남부의 미션들은 특히 식민 시절 초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샌디에이고 드 알칼라=1769년 세워진 1호 미션이다. 캘리포니아 식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쥬니페로 세라 신부의 주도로 완성됐다. 이 미션은 당시 미션들을 이어주던 ‘엘 카미노 레알’의 남쪽 출발점이기도 했다. ‘왕의 길’이라는 뜻의 엘 카미노 레알은, 캘리포니아의 살아있는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오늘날 101번 프리웨이의 전신이다.

◆샌개브리얼 아칸젤=21개 미션 가운데 4번째로 1771년 만들어졌다. 샌개브리얼 시에 자리잡고 있는 이 미션은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는 2번째로 오래됐는데, 18~19세기 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 북부로 이동하려면 거쳐야 했던 곳이었던데다가, 동시에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진출하려던 군인과 개척자들이 찾았던 곳으로 한 때 가장 혼잡했던 미션이었다. 이런 까닭에 크고 작은 충돌과 사고가 가장 많았던 미션으로 꼽힌다.

◆샌 후안 카피스트라노=1776년 역시 쥬니페로 세라 신부에 의해 완성됐는데, 아름다운 건축 양식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미션이기도 하다. 1812년과 1987년 지진에 의해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21개 미션 가운데 7번째로 오래됐다.

◆샌 부에나벤투라=벤투라 시에 자리 잡은 이 미션은 농업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곳 가운데 하나이다. 랜치로 대표되는 각종 가축과 작물 재배 농장은 미션과 함께 캘리포니아에 도입됐는데, 샌 부에나벤투라는 일찌기 관개 수로를 잘 개척한 덕에 농산물 대량 생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오늘날 벤투라 카운티 일대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농업지대 가운데 하나인데 이러한 전통의 뿌리는 사실상 샌 부에나벤투라 미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 수 있다.

◆샌타바버라=1786년 원래 통나무로 지어졌다가 나중에 어도비 벽돌 양식이 추가됐다. 지진 타격 등으로 인해 원래 건축물은 온전하게 남아있는 게 없다. 이 미션은 돌을 이용해 만든 관개 수로가 21개 미션들 가운데 가장 정교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 관개 수로 가운데 일부 구간은 지금도 이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아름다운 샌타바버라 바닷가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도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 이유이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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