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는 1966년 발표됐던 이만희 감독의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그간 김기영 김수용 감독 등에 의해 각기 다른 색깔과 개성을 지닌 영화로 여러 차례 리메이크됐을 만큼 원작이 가진 힘이 절대적인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여고괴담 2' '가족의 탄생' 등으로 따스한 감성 섬세한 인물 묘사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여줬던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스토리의 기본 얼개는 원작과 동일하다. 살인죄로 수감된 지 7년 만에 어머니 장례식 참석 차 특별 휴가를 나온 애나(탕웨이)가 돈을 받고 사랑을 파는 남자 훈(현빈)과 하루 간의 짧은 만남을 통해 아름다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만추'의 원작과 이전까지 리메이크됐던 작품들은 남녀 주인공이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아냈다면 김태용 감독의 '만추'는 외로운 두 남녀의 공허하고도 쓸쓸한 사랑을 차분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영화의 배경이 시애틀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비와 안개의 도시로 유명한 시애틀의 어둑하고 축축한 분위기는 중국계 이민자인 애나와 미국에 온 지 고작 2년 된 한국인 남자 훈의 사랑을 더욱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완전히 낯선 공간에서 언어조차 자유로이 소통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이를 감싸 안는 과정은 시애틀이란 공간적 배경 덕에 한층 리얼리티를 더했다는 평가다.
아시아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은 현빈과 탕웨이의 존재감은 이번 영화에서 역시 찬란히 빛난다. 올해 초 '시크릿 가든'을 통해 진정한 수퍼스타로 거듭난 현빈은 껄렁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한 남자 훈을 연기해 또 한번 여심을 사로잡는다. 처음으로 도전한 영어 멜로 연기도 무난히 해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양조위와 함께 공연한 '색.계'로 순식간에 세계 관객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탕웨이는 수수한 차림 무표정한 얼굴로 상처받은 영혼 애나를 연기하며 깜짝 놀랄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만추'는 이미 베를린 국제 영화제 토론토 국제 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세계 영화계에서 그 작품성과 흥행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영화는 오는 17일 LA지역 CGV 극장과 시애틀 AMC 앨더우드에서 상영을 시작하며 이어 24일에는 뉴욕 엠파이어 뉴저지 리지필드 파크 샌호세 쿠퍼티노 애틀랜타 콜로니얼 지역에 위치한 AMC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