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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아버지의 '그림자 사랑'

Los Angeles

2011.06.1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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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단순히 어머니의 남편으로만 각인되는 요즘의 신세대에게 아버지는 그림자와 같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느 소설에 나오는 젊은 주인공은 평상시 그림자에 대해 감사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에게서 그림자가 사라졌다. 그후 그는 수치심에 대낮에 활보할 수 없게 됐고 그때야 비로소 그림자를 소중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선 중종 시대 주세봉 시조에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아버님이 날 낳으시고 어머님이 나를 기르시니 부모님이 아니셨더라면 이 몸이 없었을 것이다. 이 덕을 갚고자 하니 하늘같이 끝이 없구나.'

어렵고 힘든 순간마다 하늘에서나마 나를 지켜보고 계실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렸는데 그것이 오늘날까지 내가 살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다. 까마득한 어린 시설 친척집에 놀러갔다 미아가 되어 일주일 간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데 당시 선친께서는 모든 생업을 접고 나를 찾아 혼이 나간 사람처럼 전국을돌아다니셨다고 한다. 철없을 때는 몰랐으나 나이들수록 뒤늦게 새록새록 느껴지는 것이 부모님의 은혜다.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송강 정철의 시조를 떠올리며 불효했던 지난 세월을 뉘울칠 뿐이다.

돌이켜 보면 부모님과 조부모님들께 받은 하해와 같은 사랑을 되갚을 수 없더라도 내 자녀와 손주들에게 대물림 해주어야 하는데 그 절반도 못한 것 같아 부끄럽기만 하다.

'아버지'라는 정겨운 이름 앞에 마음의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의 수고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임근만.엘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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