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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 고든 '신데렐라 탄생'

New York

2011.06.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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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신인' 15년만에 선발 등판
16일 텍사스전서 2실점 호투
뉴욕 양키스 선발투수 브라이언 고든(32·사진)이 무려 15년만에 선발등판 꿈을 이룬 것이 화제다.

고든은 지난 16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서 열린 텍사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5.1이닝을 7안타 2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토대를 놓는 활약을 펼쳤다. 양키스는 이 경기에서 치열한 연장 접전 끝에 12회말 마지막 공격서 브렛 가드너의 결승 우전안타에 힘입어 3-2로 이겼다.

고든은 1-2로 뒤지던 5회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구원투수 헥토르 노이시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왔기 때문에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그러나 고든에게 이날 등판은 ‘목표를 갖고 노력을 하면 반드시 뜻한 바를 이룬다’는 고진감래의 인생사를 확인한 경기였다. 언론은 고든의 이날 활약을 전하면서 ‘신데랄라의 탄생’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강한 인내심으로 험한 인생을 딛고 일어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1978년 뉴욕주 하이드팍에서 출생한 고든은 육군 엔지니어였던 부친 어니 고든을 따라 2살 때 텍사스로 이주해 성장했다. 고교 야구부에서 투수와 타자로 양수겸장 활약을 펼쳤던 고든은 1997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애리조나와 외야수 포지션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고든은 이 팀 저 팀을 옮겨다니는 방랑의 시절을 보낸다.

2003년 애리조나를 떠나 애너하임(현 LA 에인절스)으로 트레이드된 고든은 2년 뒤인 2005년 휴스턴으로 갔다가 2008년 방출됐다. 마이너리거로 야구 인생을 끝내는 듯 했던 고든은 텍사스가 불러주는 바람에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고든의 험난한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9년 다시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된 것.

고든은 이 과정에서 2005년 타자로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포지션을 투수로 바꿨다. 또 2008년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뛸 때 잠깐 불펜투수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고든은 이러한 부침 속에서 부인과 어린 자녀를 거느린 가장임에도 저임금에 버스를 타고 먼거리를 이동하는 마이너리거 생활을 꿋꿋이 견뎌냈다.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 14일. 노장 선발투수 바톨로 콜론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하자 양키스는 필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 있던 고든을 찾아내 마이너리그 계약을 통해 전격 영입했다. 양키스는 고든을 데려올 때 그가 피칭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만 보고 영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든은 양키스의 기대에 부응했다. 고든은 16일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이 내야석에서 응원을 하는 가운데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조 1위를 달리고 있는 레인저스 강타선을 2실점으로 막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고든의 부친은 가족과 함께 아들이 ‘꿈의 무대’ 양키스타디움 마운드에 올라 볼을 던지는 모습을 감격스런 표정으로 지켜봤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경기가 끝난 뒤 “내가 만약 라스베이거스에서 고든이 선발로 나선 양키스와 레인저스 사이의 경기 결과를 놓고 내기를 걸었다면 레인저스에 걸었을 것”이라며 고든의 투구 내용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한편 고든은 이날 호투에 힘입어 일단 콜론이 돌아오기 전까지 선발투수로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5년의 험한 세월을 보낸 ‘32세 신인’ 고든이 나이를 극복하고 양키스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잡아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계속 이어갈지 기대된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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