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정한 노신사가 진찰실로 찾아와서 하는 말인즉 “나는 조강지처와 금혼식이 넘도록 금실좋게 살아왔지만 아직까지 아내가 느끼는 성적 쾌감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고 지내왔는데 과연 그것은 어떤 것입니까”하는 것이었다.
이 의미심중한 물음에 나는 “그거야 부인에게 물어보셔야죠”라고 현문우답을 하였더니 이에 대꾸하기를 “물론 물어봤지요. 그런데 잘 모르겠다고 그러지 뭡니까. 설명할 수 없다나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기야 나 자신도 아직 아내에게 그녀가 느끼는 성적 쾌감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지 못했고 그녀 또한 내가 느끼는 쾌감이 어떤 것인지 모른채 근 반세기를 살아왔으니 그럴만도 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가즘‘(Orgasm).
참 설명하기 쉽지않은 현상이다.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한마디로 직접적 성기결합 또는 성기자극에 의하여 도달하는 절정감 혹은 극치감 또는 쾌감을 말한다.
즉 성적 흥분이 성적 자극에 의해서 더욱 가중되어 대뇌에서 그 긴장이 충만되는데서 정신적 쾌감이 극치에 도달했을때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전신의 단속적(끊었다 이었다 하는) 경련으로서 이 것은 의식적으론 막을 수없는 신체현상이다.
사람이 느낄 수있는 쾌감중에서는 이 오르가즘이야말로 가장 으뜸가는 것으로 마리화나 등 마약 중독자들이 ‘하이‘(high)에서 제 아무리 높다고 느끼는 도취감이나 황홀함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고차원적인 쾌감이다.
이것은 전지전능하신 조물주의 오묘한 걸작품이다. 사람의 개체보존의 본증을 충족시키기 위해 식욕이라는 만족감을 통해 생존을 제공했고 종족보존의 본능을 성취시키기 위해 오르가즘이라는 신비한 쾌감을 통해 생식을 하게 한 그 신비한 계획에 감탄하지 않을 수없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남성에 있어서는 오르가즘일때 사정이라는 현상이 따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그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으나 여성에 있어서는 좀 복잡하다는 것이다. 질이나 경관으로부터의 점액성 분비물이 일시적으로 많아지는데서 여성 자신이 그것을 확인할 수있겠지만 남성의 사정만큼 뚜렷하지 못하고 또 전신적 경련도 남성과 달리 작고 약하기 때문에 자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것이 오르가즘인지 여성 자신이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르가즘일때 남성은 사정과 함께 도취감이 극히 짧고 쉽게 깨어나지만 여성은 남성에 비해 훨씬 덜하기 때문에 오르가즘을 어떻게 느끼느냐를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쉽지않다.
그러나 여성의 오르가즘은 육체적 자극에 의한 쾌감과 정신적 만족감이 혼합되어 나타남으로 그 표현은 당사자에 따라 가지각색일 수있다.
남성은 거의가 사정때 매번 오르가즘을 경험하나 여성은 그렇지 않다.
오르가즘을 느끼는 빈도를 보면 대체로 여성 4명중 1명은 처음 성교에서, 2명은 2∼3주내에 나머지 1명은 영영 느끼지 못한다. 성과학자 로머의 연구에서는 오르가즘을 결혼 1년내에 느끼는 여성이 27%, 초산아 출산전이 32%, 초산아 출생후가 12%, 늦게 불완전하게 느끼는 여성이 11%, 영영 경험하지 못하는 여성이 18%라고 했다.
필자가 조사한바론 대체로 5명의 여성중 2명은 성교때마다, 2명은 가끔, 나머지 1명은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르가즘도 한번의 성행위에서 1회의 작은 산을 그리는 형이 가장 많고(80%), 2∼3회의 크고 작은 파장을 갖는 형(10%)이나 그 이상의 파장을 연속 경험하는 형(1%) 은 드물다. 오르가즘에 달하지 못하는 미완성 형도 8%에 불과하다.
남성은 여성이 오르가즘을 경험할 수있건 없건간에 자신이 오르가즘을 느낄 수있다. 또 여성은 오르가즘 없는 성교에서도 큰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오르가즘을 여성의 그것과 같이 느끼는 남성과 여성의 그것과 관계없이 느끼는 남성간에는 자각되는 쾌감에 큰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오르가즘은 남녀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 있어서도 절대 필요한 조건이며 이상적 부부생활의 지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