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달의 어둠(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샤이아 라보프, 로지 헌팅턴 위틀리 장르: 액션, SF 등급: PG-13
오토봇들이 더 화려하고 더 강해져 돌아왔다. 그들의 적수 디셉티콘들도 더 악랄해지고 무서워졌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3탄이자 최종편 격인 '트랜스포머:달의 어둠(Transformers: Dark Of The Moon)은 그간 1, 2편을 만들며 집약된 모든 스토리적 노하우와 기술력을 쏟아부은 듯 크고, 현란하고, 복잡해졌다. 어차피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이다. 중독성 있는 굉음과 함께 자유로이 변신해대는 로봇들은 이미 1, 2편을 통해 이미 어마어마한 마니아 층을 만들어 놓았다. 목이 빠져라 3탄이 나올 올 여름을 기다려왔던 이들이다.
영화는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듯 스케일 큰 스토리를 선보인다. 50여 년 전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사건 뒤에는 오토봇의 수장 센티널 프라임이 강력한 에너지원을 든 채 달 표면에 불시착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감춰온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는 게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 사실을 알아낸 샘과 오토봇은 센티널 프라임을 깨워 지구로 불러오지만, 인간의 이기적 욕심과 디셉티콘의 방해로 지구는 다시 위험에 빠진다는 것이 큰 줄거리. 뭔가 엄청난 이야기를 벌이긴 했지만, 전개력은 다소 부실하다. 비주얼 적으로 강력한 것을 보여주기 위한 사전 장치 역할 정도 밖에 하지 못한다. 오토봇 캐릭터들의 정감도 떨어졌다.
대신 영화는 시각적인 면에서 이들의 기대를 200% 만족시킨다. 3D와 결합한 '트랜스포머'의 비주얼은 충격적 수준이다. 오토봇들의 변신 장면은 입체감이 더해지며 한층 다이내믹해졌고 질주나 격투 장면 역시 화면의 깊이가 살아나며 생생함이 증폭됐다. 디셉티콘의 비밀병기 쇼크 웨이브는 가공할 파괴력으로 화면을 압도한다. 지네처럼 꾸물대며 닥치는 대로 쓸어 버리는 장면은 끔찍하기 그지없다. 본격적 전투가 일어나는 배경은 시카고의 도심이다.
하늘을 찌를듯한 마천루들이 힘없이 쓰러지고 거대한 로봇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져 아비규환으로 도망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객석을 서늘한 두려움으로 물들인다. '트랜스포머'와 함께 성장한 배우 샤이아 라보프는 이번에 역시 빛나는 활약을 선보인다. 제작진과의 갈등으로 퇴출된 메간 폭스의 자리를 대신한 늘씬한 금발의 여주인공 로지 헌팅턴 위틀리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트랜스포머:달의 어둠'은 엄청나고 짜릿한 영화다. 영상 혁명이라 부를만할 정도다. 하지만 역시,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비주얼로 스토리의 미흡함을 덮기는 역부족이다. 액션은 위대하지만 와 닿는 부분이 없다. 관객은 영화와 분리된 채 철저히 구경꾼이 돼 버린다. 이렇게 마무리되기엔 조금 아까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