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향기] 인디언의 '삼각형 양심'

이보영/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마음 속에 '양심'이란 것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생각과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 바로 양심이다.

양심선언 양심수 양심의 자유 양심의 가책 등의 단어들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세상이 어지럽고 타락 할수록 우리 주변엔 양심이란 단어가 너무 흔하게 양산되는 것 같다.

우리 속담에 '양심에 때가 끼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죄를 짓거나 몹쓸 짓을 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텍사스주에 근무할 때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오클라호마주의 한 인디언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이 나와 비슷하게 닮은 얼굴과 체격을 가졌고 그런 이유로 금방 친근해질 수 있었는데 그때 한 노인이 가르쳐 준 그림(상형)문자가 문득 생각난다.

그들의 조상들은 오랜 세월동안 그림문자를 만들어 사용해 왔는데 많은 그림문자 중에 특히 사람의 양심을 '△(삼각)'과 '○(원형)' 두 가지 그림문자로 그려왔다고 한다.

그들은 아이들이 가슴 속에 삼각형 양심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아이들이 철 들면서 나쁜 생각이나 행동 거짓말 범죄 등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게 되면 가슴이 떨리고 마음이 아픈 것은 바로 이 삼각형 양심이 회전하면서 모서리로 가슴 속을 마구 파헤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아이들이 성년으로 성장해 가는 동안 무수히 양심에 가책되는 일들을 반복하다 보니 삼각 모서리가 모두 닳아 없어져서 어른이 되었을 때는 삼각형이 원형으로 변화 되고 원형 양심을 지닌 어른들은 아무리 부끄러운 일을 해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양심을 두 그림글자로 구분해 어린아이의 양심은 '△(삼각형)'으로 어른의 양심은 '○(원형)'으로 표기했던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잘못된 일을 할 때에는 창피와 부끄러움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심리학자들은 범죄의 시작은 작은 나쁜짓을 몰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처럼 윗물에 속한 지도자 권력자일수록 더욱 더 깨끗한 양심과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요즘 윗물엔 허위공약 과대 인기주의 거짓말 뇌물수수 금융부정 등 부끄러운 행동이나 부정직한 일들로 가득한다. 더욱이 그들은 미안한 기색이나 양심의 가책을 못느끼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아마도 윗물로 성장하고 발전해 가는 동안 가슴 속에 들어 있던 삼각형 모서리가 모두 닳아 없어져서 원형으로 변해 버렸고 그래서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양심불감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삶이 험악해 질수록 아랫물은 흘러 내려오는 윗물을 바라보고 희망을 가지고 사는데….

아메리칸 인디언 노인이 그림을 그려가며 가르쳐 준 상형문자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으로 떠 오르면서 내 가슴 속엔 어떤 모양의 상형문자가 돌아가고 있는지 반성해 본다. 우리 모두가 삼각형 양심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는 없을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