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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2011] '요즘 볼만한 영화 추천해줘요'

Los Angeles

2011.07.0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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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특집부 기자
"요새 무슨 영화가 좋아? 추천 좀 해 줘봐." 영화 담당 기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얼마 전 LA필름페스티벌에서 나홍진 감독의 '황해' 상영이 있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극장을 가득 메운 타인종 영화팬들은 숨을 죽인 채 영화를 감상한 후 힘찬 박수를 보냈고 나 감독에게 찬사와 질문도 쏟아 부었다.

영화는 지난 5월 칸 영화제에도 초청된 바 있다. 분명 '황해'는 훌륭한 작품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한 중년의 부부에게 좋은 영화라며 '황해'를 추천했다가는 뺨을 맞을지도 모른다.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조선족의 비참한 현실이나 잔혹한 폭력이 묘사되는 일부 장면을 견디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들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명망 높은 국제 영화제에서 앞다퉈 이들의 영화를 상영하고 극찬을 보낸다. 하지만 "끔찍하고 우울하기만 하더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좋은 영화라 해서 보러 갔다 "예술 영화는 나랑 도통 안 맞아"하며 투덜대고 돌아왔다는 사람도 적잖이 봤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킹스 스피치'를 두고도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또 다른 작품상 후보였던 '블랙 스완'이나 '127시간'을 강력추천했다가 "2시간 내내 바짝 긴장해 있어야 해 고역이었다"며 구박만 받았던 적도 있다.

반대 예도 있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를 휩쓴 영화 '트랜스포머:달의 어둠'은 영화 담당 기자의 눈으론 시각적 스트레스에 가까웠다. 캐릭터와 스토리가 사라져 버린 채 화면을 압도하는 특수효과만 난무하는 영화를 좋은 영화라 평가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평가는 달랐다. 영화관을 나서면서는 '역시 트랜스포머'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트랜스포머' 광팬이라는 친구에게 "영화 별로던데…"라고 말했다가 "하여간 기자들은 어려운 영화만 좋은 영화라고 잘난척들이야"라며 호되게 혼까지 났다.

5월 말 개봉했던 '행 오버 2'는 저질 섹스 코미디의 엑기스만 모아놓은 듯한 영화였다. 이 영화를 두고 "올 해 나온 영화 중 최고"라는 사람이 꽤 많았다. 하지만 "보다 토할뻔 했다"는 관람객 역시 많았다. 영화는 전편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흥행 수입을 올린 R등급 코미디로 기록되며 대성공을 거뒀다. 흥행 성적만 놓고 '행 오버 2'를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 그랬다간 "영화평 쓴다는 기자 취향 한 번 저급하네"라고 한 소리 들었을 것이 뻔하다.

점점 어려워진다.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정답은 '모두에게 좋은 영화란 없다'는 것이다. 영화에 대한 판단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취향에 따라 다르고 그 때 그 때 기분에 따라 다르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좋은 영화의 잣대란 있을 수 없다. 평단의 혹평을 받은 영화에서 의외의 재미를 발견할 수도 있고 아무리 찬사를 받는 영화도 내 스타일이 아니라면 안 보느니만 못하다. 언젠가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가 후에 다시 보니 엉망진창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내가 봐서 재미난 영화가 좋은 영화다. 영화 담당 기자는 그저 그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아주 약간의 사전 정보를 전달할 뿐이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오늘도 주위에서 "이 영화 재미있어?" "볼만해?" "추천해 안해?"라며 다그쳐 댄다.

요즘처럼 새 영화가 쏟아지는 여름에 영화 담당 기자가 겪는 가장 큰 고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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