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성서인물열전] 보디발

Los Angeles

2011.07.05 16:0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상명/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대낮 저택의 안채에서 앙칼진 여인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손에는 한 남자의 체온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겉옷이 쥐어져 있었다. 자신의 외마디 소리를 듣고서 황급히 달려온 집안사람들에게 그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옷의 주인인 노예가 자신을 겁탈하려 했다고 분노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귀가한 남편에게 노예가 자신을 겁간하려 했다고 유난스럽게 이야기하면서 그 증거로 그 노예의 겉옷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남편은 과연 이 수치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이 사건의 진실은 안주인의 거짓 증언 속에 은폐되었다. 유혹을 한 이는 보디발의 아내였고 되레 유혹당한 이는 한갓 노예에 불과한 요셉이었다. 보디발의 아내는 이 사건이 있기 전부터 건장하고 잘 생긴 히브리 노예 청년인 요셉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 안주인은 요셉에게 여러 번 추파를 던져 동침할 것을 요구했지만 신실한 요셉은 그녀의 끈질긴 유혹을 매번 뿌리쳤다.

그때마다 요셉은 주인이 집안의 모든 소유를 자신에게 맡겼지만 안주인인 그녀만은 자신에게 금하였음을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요셉은 그녀의 유혹을 그렇게 매정하게 뿌리칠 수밖에 없는 더 큰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당신은 그의 아내임이라 그런즉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죄를 지으리이까."

남편이 집에 없을 때 그의 아내는 남편을 대신하는 집안의 주인이었다. 더군다나 그녀의 남편인 보디발은 이집트 왕(파라오)의 신변을 책임지고 있는 시위대장이었으니 그녀는 세도가의 안방마님이었다. 그녀가 추녀든 미녀든 그녀의 유혹을 뿌리친다는 것은 노예였던 요셉으로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색정적인 유혹의 손길과 그 뒤에 있는 권력의 마수에 결연히 저항하지 않고서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지 않은가! 한갓 노예가 자신의 욕정을 뿌리쳤다는 현실에 보디발의 아내는 격한 수치심에 휩싸인 나머지 그를 파멸시킬 증오의 화신이 되었다.

요셉을 돈 주고 사서 노예로 데리고 온 것은 보디발이었다. 그리고 그를 형통케 하시는 야훼의 인도를 보고서 그를 가정 총무로 발탁한 것도 보디발이었다. 보디발은 요셉의 충직한 행동거지에서 그와 함께 하시는 야훼 하나님을 보았다. 그렇게 믿었던 종의 배신을 고발하는 아내의 증언을 듣고서 보디발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안주인의 격앙된 주장에 일언반구의 변명이나 자기변호조차 못한 채 힘없는 노예는 쥐 죽은 듯이 있어야 했다.

원고인 안주인의 증언에 따라 운명이 정해지는 것이 노예인 요셉의 운명이었다. 그러나 보디발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다. 시위대장은 주변 정세에 대처하는 남다른 분별력과 예리한 판단력을 업으로 하는 직이다. 어느 누구보다도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아내의 됨됨이를 잘 알고 있던 이는 남편인 보디발이 아니겠는가? 아내의 증언 속에서 보디발은 일말의 거짓조차 발견하지 못하였을까?

보디발은 아내의 바람기 때문에 요셉이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썼음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아내를 겁탈하려한 노예를 살려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디발은 요셉의 결백을 믿었기에 자신의 체면과 아내의 수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다만 그를 감옥에 보내는 것으로 이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보디발은 요셉을 특별 감옥에 보내어 그곳에 들어온 술 맡은 관원과 떡 맡은 관원을 섬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후일 요셉은 이집트의 이인자인 총리가 되었다.

보디발은 비록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집안의 추문을 감추려 하였지만 요셉이 하나님의 사람임을 알았다. 보디발이 요셉의 목숨을 끊지 않은 것은 요셉의 생애 뒤에 드리운 하나님의 짙은 그림자를 보았기 때문이리라.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