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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e Farr…한인남자와 결혼 이야기 책 출간한 할리우드 배우

Los Angeles

2011.07.0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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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들 낳았을 때 완전한 가족 된 것 느꼈죠"
최근 가주의 혼혈 한인 인구가 5만 3000명을 넘어섰다는 연방센서스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년 전에 비해 8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타민족, 타인종과 결혼하는 것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민족과 인종을 넘어 사랑의 결실을 이루는 것은 과거에 비해 훨씬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돼 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인식 깊은 곳에는 '그래도 결혼은 한국 사람이랑 해야지' 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한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녀가 '같은 인종'과 결혼하길 원하는 기성세대의 바람은 주류 사회에 역시 뿌리 깊이 박혀있는 정서다.

최근 출간된 '키싱 아웃사이드 라인 (Kissing Outside The Lines:A True Story of Love and Race and Happily Ever After)'는 바로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미국에서 '다른 인종'과 결혼해 살아가기 위해 겪어야 하는 어려움과 깨달음을 유머러스하게 풀어 내 CNN, 뉴욕 타임스, 마리 클레어 등의 언론에 앞다퉈 소개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자인 다이앤 파는 지난 2006년 한인 정승용씨와 결혼에 골인한 백인 여성으로, CBS의 '넘버스'를 비롯 다수의 TV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바 있는 할리우드 배우다. 다이앤 파를 웨스트 LA에 위치한 그녀의 개인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 책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저와 승용의 이야기는 물론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또래 여럿의 이야기를 함께 담은 책입니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책을 준비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종이나 종교 문제로 어려움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님을 비난할까봐 이런 고민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도 못한다는 걸 알게 됐죠. 사실 책을 쓰다가 제 의도와는 다르게 누군가를 악역으로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많았습니다. 특정 집단을 함부로 일반화하지 않기 위해 신경도 많이 썼어요. 이런 부분을 독자들이 이해해주신 듯 합니다."

- 남편과의 연애 과정이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한참 연애 중이던 시절 승용이 진지하게 '난 한국 여자와 결혼해야 돼' 라는 말을 했어요. 전 그에게 다른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리로 알아듣고 '세상에 이런 나쁜 사람이 다 있나' 생각했었죠. (웃음) 그는 부모님께서 '결혼만은 꼭 한국 여자와 해야 한다'고 평생을 강조해오셨다고 설명했어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메리칸'인데도 말이죠.

처음엔 좀 당황하긴 했지만 사실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린 시절부터 '흑인이나 푸에르토리코 사람을 데려오면 집에서 쫓겨날 줄 알라'고 엄포를 놓으셨었거든요. 다행히 저는 이 문제를 놓고 20여 년간 부모님과 싸워왔고 당시 나이도 서른 다섯이나 됐다 보니 조금은 쉽게 승낙을 얻을 수 있었죠."

-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듯 합니다.

"승용의 친척들부터 한 분씩 인사를 드리며 저희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택했어요. 저는 타인종과 결혼한 다른 친구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조언을 얻었고요. 하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쉽게 승용의 부모님은 저를 사랑으로 받아주셨어요. 처음 집안 어른들이 저에게 말 한마디 안 걸어주실 때는 좌절도 컸어요. 그동안 백인인 제가 누렸던 모든 사회적 혜택을 순식간에 박탈당하는 느낌도 들었어요. 만일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해 혼혈인 아이들을 낳았을 때 혹시라도 내 자녀들도 마이너리티가 돼 이 미국 땅에서 내가 겪지 못했던 차별이나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앞섰죠. 결혼식에도 승용의 가족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했죠."

- 완전히 한 가족이 됐다고 느낀 것은 언제입니까.

"첫 아기를 낳았을 때에요. 허니문 베이비로 아들을 낳았어요. 첫 아이가 아들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어요. 한국 어르신들이 아들을 얼마나 바라시는지 알고 있었거든요. 큰 아이가 9개월일때 또 쌍둥이를 임신해 두 딸을 낳았어요. 시부모님께서 '아이들이 우리 승용이를 똑 닮았다'며 좋아하실 때 그 분들의 큰 사랑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언어장벽이 높고 함께 둘러앉은 식탁에서 서먹할 때도 있지만요."

-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다른 인종과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문제는 미국 사회에 남아있는 마지막 편견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동일한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랑과 결혼만큼은 같은 피부색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과 하길 원한다는 거죠. 하지만 그것은 결코 그들을 혐오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저 고유의 언어와 문화가 사라질까봐 며느리나 사위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할까봐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 뿐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두려움도 생기는 것이겠죠.

마치 저희 부모님이 그 옛날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흑인들과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을 만났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들과 섞이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처럼요. 세대가 거듭돼 가면서 올바른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이런 고정 관념도 조금씩 사라지고 사람들의 마음도 더 열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인생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까.

"내가 살고 싶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인생을 선택해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보여드리는 겁니다. 우리가 서로 그리 많이 다른 사람이 아니란 것을 두려워했던 일들은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온 것 뿐이라는 사실을요. 꼭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부모님은 자녀를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기 때문에 반대도 하시고 고집도 부리시는 것이란 점입니다. 부모님들도 아들 딸이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와 결혼하건 그들이 당신의 가장 사랑하는 자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이경민 기자 사진=신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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