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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산책] 암수는 왜 나뉘었나

Los Angeles

2011.07.2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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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과학 칼럼니스트
현대 생물학의 대표적인 미해결 문제가 있다. 도대체 암컷과 수컷 즉 성(性)이란 것은 왜 존재하는가?

1982년 캐나다의 진화생물학자 벨은 성의 존재 이유를 생물학 문제의 '여왕'으로 꼽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스스로를 그대로 복제하는 무성생식을 하면 유성생식보다 두 배 빨리 후손을 퍼뜨릴 수 있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식물 동물 균류는 암수가 있는 유성생식을 하고 있다. 도대체 유성생식의 어떤 장점이 '번식률 두 배'라는 무성생식의 유리함을 능가할 수 있는가.

분자생물학자들은 성이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하기 위해 창조됐다고 주장한다. DNA 가닥은 햇빛이나 화학물질 탓에 끊임없이 손상된다. 부모의 다른 한쪽으로부터 물려받은 또 다른 가닥이 있다면 이를 참조하여 수리가 가능하다. 유전학자들은 성이 나쁜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연변이 발생률이 아주 높지 않은 한 유성생식 집단은 무성생식 집단의 엄청난 번식력에 밀려서 도태될 것이다.

요즘 진화생물학자들에게 각광받는 것은 기생생물과 숙주가 끊임없이 군비경쟁을 하며 함께 진화한다는 '붉은 여왕' 이론이다.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부 환경보다는 기생충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 같은 기생생물이라는 점이 요체다. 후손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부모가 기생생물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덕분이다.

마침 이를 증명하는 논문이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이 모두 가능한 벌레인 예쁜꼬마선충을 치명적 세균과 30세대 동안 함께 기른 실험이다. 그 결과 무성생식만 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집단은 멸종했고 유성생식만 하도록 조작한 집단은 살아남았다. 숙주와 기생생물 개체군이 함께 진화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결론. 생물학 문제의 '여왕'은 해법에 이른 듯하다. 남녀가 따로 존재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은 기생생물 덕분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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