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은 이집트 앗수르 바빌로니아 페르시아의 통치를 받다가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으로 고대 그리스의 통치 하에 들어가기도 했고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기도 하는 등 수천 년 동안 계속해서 외세에 시달려온 지역이다.
유대 민족의 우수성은 아마도 이러한 강력한 제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그들의 문명과 조우하고 그것을 때로는 배척하고 때로는 융화하면서 살아남은 그 질긴 생명력에서 찾을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2000년이라는 장구한 외세의 통치와 수탈 속에서도 그들의 종교적 전통과 민족적 정체성을 잃지 않은 것은 세계사를 통틀어 유래가 없는 일이다.
유대 민족의 정체성을 보존케 하는 유대교의 두 기둥은 율법과 성전이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율법에서 떠나는 것과 성전의 붕괴는 유대 민족의 전면적 위기를 초래하였다.
유대 민족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빌로니아 제국에 의한 (솔로몬) 성전의 파괴였다. 바빌로니아가 신흥 강국 페르시아에 의해 망하고 페르시아 왕 고레스는 속국 신민들의 관습과 종교적 전통을 존중한다는 칙령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고레스 칙령에 따라 여러 곳에 흩어져 살고 있던 유대 포로들의 본국 송환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벅찬 감격으로 고향 땅을 밟은 유대인들은 민족의 미래를 재건하는 일에 착수하게 되는데 그것은 무너진 성전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유대 민족에게 있어서 성전은 '옴팔로스(omphalos.배꼽 또는 중심점이라는 뜻)' 세계 및 우주의 중심지였고 민족적 정체성의 보루였다.
성전은 하나님이 그의 백성을 만나기 위해 내려오시는 곳 그의 백성이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올라가는 곳 즉 거룩한 만남의 장소였다. 무너진 옛 성전 터를 복구하는 일은 유대 민족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미래를 새롭게 여는 역사적 사건이 되는 셈이다. 이 일을 위해 고레스가 예루살렘 총독으로 임명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스룹바벨이다.
스룹바벨은 다윗 계보를 잇는 여호야긴(여고냐) 왕의 손자이며 스알디엘의 아들이었다.
스룹바벨은 바빌로니아 포로생활에서 돌아온 거의 난민과 다름없는 백성들의 힘을 결집하여 빈약한 재정과 노동력으로 성전을 재건해 나갔다. 그러나 성전 재건은 순탄치 않았으니 주위의 방해로 중단되어 다리오 1세 통치 제 2년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다리오 1세는 고레스 칙령에 근거하여 스룹바벨이 주도하는 성전 재건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약속의 성취였다. "스룹바벨의 손이 이 성전의 기초를 놓았은즉 그의 손이 또한 그 일을 마치리라 하셨나니 만군의 여호와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신 줄을 네가 알리라 하셨느니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서 성전은 기원전 516년에 완공되었고 낙성식이 치러지고 난 이후에 스룹바벨은 성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다. 무너진 옛 성전을 재건하는 것은 유대 민족의 정기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순박하고 정결한 성전 하나 오늘 우리 마음에 반듯하게 세우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