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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

Los Angeles

2011.08.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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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동섭 목사/ 비전사랑의교회
1933년 1월 30일 독일의 총리가 된 히틀러는 유대인들을 지방 정부와 법원 대학에서 쫓아내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독일 유대인의 정치적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1935년 뉘른베르크 법에 따라 유대인은 시민권을 완전히 잃었다. 4년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유대인은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었으며 직업을 가질 수 없었고 유대인이 아닌 사람과는 사귈 수 없었다.

그들은 '게토(유대인 거주지역)' 안에서만 살아야 했으며 '다윗의 별'이라 씌어진 노란색 배지를 달아야 했다. 이에 끝나지 않고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유대인을 전멸시키려는 목적으로 히틀러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자행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집단수용소에 옮겨져 조직적으로 학살되었고 홀로코스트로 인해 사망한 유대인의 수는 대략 600만이 넘는다.

이스라엘에 가면 '야드 바셈(Yad Vashem)'이라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있다. 그 뜻은 '기억하게 하다'는 말이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600만 명이 넘는 유대인을 잔인하게 학살한 참상이 사실적으로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놀라운 것은 그 박물관에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많은 독일인들이 방문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그 잔혹한 장면들을 도저히 계속 볼 수가 없어 도중에 나가고 단 일부만이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그 박물관을 돌아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 독일인들을 안내하는 유대인 가이드의 고백이다. "우리는 복수하기 위해서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다시 무릎을 꿇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독일 사람들을 이미 용서했습니다."

독일인과 유대인들은 모두 역사 인식이 깊은 민족이다. 특히 유대인들에게는 역사를 돌아보는 것 그 자체가 생존의 조건으로 보인다. 그들은 자신들의 슬픈 역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또한 가해자들에게도 그 역사를 잊지 않도록 노력한다.

최근 '야드 바셈' 박물관은 유대인 희생자 600만 명 가운데 320만 명의 명단과 신상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를 공개하였다. 이 방대한 작업을 하는 데 2200만 달러(약 220억 원)가 들었다. 그들의 쓰라린 역사를 세상이 잊지 않도록 하는 눈물겨운 작업이다.

8월이면 어김없이 우리 조국에도 8.15 광복절이 찾아온다. 우리는 과거 일본이 저질렀던 만행과 그 역사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일본 스스로가 그 과거를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 세대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주류 세력이 되면서 우리의 아픈 과거와 그 교훈은 점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있다. 특히 미국 이민을 온 동포들은 8.15 역사의 교훈을 자녀들에게 거의 가르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가 흘렀어도 또 사는 곳이 어디 일지라도 나치 만행과 그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유대인에게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 야드 바셈 박물관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Forgive but never forget!"(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 이것이 8.15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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