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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과 함께 쾌속 질주…스트레스도 시원하게 날린다

Los Angeles

2011.08.1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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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위해 무조건 달려야하는 퀵서비스
스크린 종횡무진 오토바이 묘기 볼거리
주·조연배우들 맛깔스런 코믹연기 일품
빠르다. 시원하다. 쾌속 질주 느낌이다.

LA를 비롯한 북미지역에서 개봉될 한국 영화 '퀵'(사진) 을 보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영화는 한 때 '전설의 폭주족'이었지만 이젠 '무식하게 빠른 퀵 서비스 기사'로 전락한 주인공 한기수가 30분 안에 배달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의문의 폭발물들을 떠안게 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고 있다.

오토바이는 기가 막히게 잘 타지만 어눌하기 짝이 없는 기수 나이와 이름을 속이고 온몸을 '튜닝'해 섹시 아이돌 가수로 변신해 있는 춘심 그리고 그들을 궁상맞게 질투해 왔던 배달원 출신의 찌질한 경찰 명식이 이 사건에 얽힌다. 기수와 춘심은 그저 살기 위해 이유도 모르고 폭탄을 배달해야 한다. 명식을 비롯한 경찰이 이들을 뒤쫓는다. 폭탄 한 번 배달 갈 때마다 일대는 쑥대밭이 된다. 시간 안에 가 닿지 못하면 헬멧에 장착된 폭탄이 터져 둘 목숨은 간당 간당하다. 그래서 기수와 춘심은 아예 오토바이를 타고 날아다닌다. 온갖 묘기를 다 부린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폭탄 배달 지시 배후 세력이 만만치가 않다. 테러의 규모와 성격도 점점 악랄해진다. 이제 기수와 춘심 명식 세 사람은 물론 온 나라 경찰이 달라붙어 이 미친 테러 짓을 막아야 하는 상황까지 간다.

영화 '퀵'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는 최고의 작품이다. 주구장창 뻥 뻥 터지는 폭탄 소리가 묘하게 짜릿하다. 엄청난 물량 공세다. 쉴 새 없이 오토바이가 뒤집히고 차들이 충돌한다. 새빨갛게 넘실대는 화염이 오히려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마음속 근심 걱정들은 순간 하찮게 흩어져 버린다. 스턴트 배우들의 열연은 눈물겹다. '저러다 죽지' 싶을 만큼 몸을 던진 뜨거운 액션 연기 덕에 '퀵'은 스케일만 크고 특수효과만 난무하는 그저 그런 영화를 벗어나 사람 냄새 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완성됐다.

코믹 터치 또한 빼어나다. 배우들의 공이다. 또렷한 외모와 대조를 이루는 이민기의 어눌한 사투리는 그 자체가 개그다. 무시무시한 스케일의 액션 사이에서 엉뚱한 타이밍에 터져 나오는 강예원 김인권 고창석 등의 맛깔스런 대사도 폭소탄을 쏜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 귀가 지친다. 시종 성량 110%로 꽥꽥 고함을 쳐 대니 오히려 훌륭한 배우들의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는'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사실 세 주연 배우인 이민기.강예원.김인권은 '해운대'의 감초 3인방이었다. 그 때문일까. 소재와 그림은 별 세상 이야기지만 어쩐지 '해운대' 속 인물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이 든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리. 알던 친구들이 새롭게 보이는 매력이랄까. 그때보다 훨씬 매력적인 세 배우의 주연급 연기가 신나기만 하다.

늦여름의 지루함을 한 방에 날릴 만한 멋진 영화다. LA 한인타운에서는 CGV 에서 19일부터 상영된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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