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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스루에선 차 타야만 주문 받나"

Los Angeles

2011.08.1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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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는 한국인 '문화 충격'
10일 오후 4시 LA국제공항 입국 터미널. 한국을 떠나 낯선 LA땅을 처음 밟게 될 김영실(37)씨를 기다리는 중이다. 현재 나는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LA카페'를 운영중에 있다. 회원만 1만8000여 명인 LA카페는 유학 이민 취업 등의 이유로 LA를 찾는 사람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정착을 돕는다.

쉽게 말해 나는 'LA 정착 도우미'다. 다른 일을 하면서 틈틈이 정착 도우미 일을 하다 보니 한 달에 보통 대여섯 번 정도는 공항을 찾는다. 나는 이제 공항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만 봐도 'LA 초보자'임을 대략 분간할 정도다. 계속 주변을 두리번대며 긴장감이 역력한 LA초보자의 모습은 '문화 충격(Culture shock)'의 시작을 알린다.

미국은 받는 전화도 돈 나가나
'블레스 유'부담돼 재채기 못해
중요하단 소셜카드가 종이라니


저기 멀리서 김영실 씨가 피켓에 쓰인 자신의 이름을 보고 손을 흔들며 나온다. 내가 미리 전화를 개통해 한국으로 보낸 탓에 영실씨 손에는 이미 휴대폰도 들려 있었다.

영실 씨의 첫 질문. "미국은 받는 전화도 돈 나간다면서요? 그럼 전화도 돈 나갈까봐 마음대로 못 받겠네요. 참 황당하네." 휴대폰 1000만 명 시대인 한국에서 방금 오게 되면 가장 흔히 물어보는 질문중 하나다.

요즘은 LA에 오는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처음에 공항으로 마중 나오는 사람이 나의 운명을 가른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 자신만의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미리 입수하기 때문에 '앰뷸런스 함부로 타면 돈 폭탄 맞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정도는 다 알고 온다.

짐을 싣기 위해 자동차로 가는 영실 씨가 주변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재채기' 때문이다.

영실 씨가 조심스레 묻는다. "자꾸 재채기 할 때마다 옆에서 미국 사람들이 '블레스 유'라고 그러니까 부담돼서 재채기를 못하겠어요."

프리웨이를 타고 가는 영실 씨가 미국의 첫인상을 말했다. "보통 공항이나 공항 주변은 아주 깔끔하고 멋있게 해놓는데 여긴 인천과 다르네요. 미국 경제가 힘들다더니 많이 안 좋은가 봐요?"

내일은 아침부터 영실 씨를 데리고 서둘러 은행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처음에는 체크 쓰는 방법을 몰라 많이 애를 먹는다.

계좌번호와 체크의 'ABA' 번호의 차이부터 금액을 숫자와 영어로 쓰는 법까지 다 알려줘야 한다. 대부분 금액에 '0' 자 몇 개만 더 붙어도 '1만 달러' 이상을 영어로 쓰는데 헷갈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그러한 소소한 '문화 충격'과 미국사회 시스템 적응은 보통 한 달 정도면 끝난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미국은 그들에게 더이상 '충격'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LA국제공항(LAX)= 장열 기자

문화 충격(Culture shock)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문화 환경이나 사회 환경에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의 불안을 서술하기 위해 쓰이는 용어다. 새로운 문화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용어는 1954년 인류학자인 칼레르보 오베르그가 처음 소개했다.

정착 도우미가 하는 일은

정착 도우미들은 대부분 인터넷 웹사이트나 클럽 등을 통해 활동한다. 본업은 따로 있고 정착 도우미일은 용돈벌이 수준이다. 정착 도우미 권혁진(사진)씨에 따르면 사례비는 서비스마다 다르지만 보통 200달러~700달러 수준이다. 주로 공항픽업 은행계좌개설 공립학교 입학 가구구매 셀폰신청 소셜번호 등록 운전교육 자동차 면허 신청 자동차 및 아파트 계약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학교 개학시즌을 앞두고 유학생과 경력을 쌓기 위해 인턴으로 미국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정착 도우미들의 설명이다.

또다른 정착 도우미로 활동중인 저스틴 정 씨는 "최근에는 취업비자로 들어와서 정착을 잘했는데 경기가 안 좋아서 회사를 그만 두고 돌아가는 분들도 많아서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고 말했다.

▶ 에피소드1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 몸으로 경험하는 문화 충격은 삶의 소소한 곳에서 발생한다.

요즘은 스마트폰 개통 후 카톡(카카오톡)으로도 회원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는다. 오늘 카톡에는 흐뭇한 하소연이 들어왔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주문 성공했어요. 그런데 분명 하나 시켰는데 여러 개가 나오네요. 그래도 주눅들지 않고 영어로 자신있게 말해봤어요."

▶ 에피소드2

처음 한국에서 오면 대부분 기본적인 영어라도 오리지널 미국인 앞에서 괜히 혀라도 한번 꼬아보게 된다. 그러나 혀를 심하게 꼬다 어색해지기보다는 차라리 정확하고 또렷한 교과서적 발음이 미국인들에게 더 먹힌다. 미국에선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얼굴에 '철판'을 까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너무 철판을 깔다가 미국 문화에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2년 전쯤 얘기다. LA 도착 3일째던 한 유학생이 한밤중에 배가 너무 고파서 햄버거 가게를 찾았다. 늦은 시간이라 문이 닫혀 '차량주문(Drive Thru)'에서만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아직 자동차를 구입하지 못한 탓에 걸어가서 창문을 두들겼다. 가게 점원이 약간 놀란 표정으로 자동차가 아니면 주문을 할 수 없다고 하자 이 유학생이 어설픈 영어로 계속 졸랐던 것이다. 결국 점원의 신고로 경찰까지 오게 됐고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까지 동원해 자초지종을 설명한 끝에 사태를 겨우 모면할 수 있었다.

당시 유학생은 전화로 울먹이며 물었다. "드라이브 스루는 꼭 자동차를 타야만 시킬 수 있나요? 한국 같았으면 그냥 융통성 있게 해줬을 텐데…"

▶ 에피소드3

한국 공공기관의 초고속 행정과 질 좋은 서비스에 익숙한 LA초보들은 실제 미국의 느릿느릿한 서비스에 종종 분통이 터진다. 미국 생활에 있어 그렇게 중요하다는 사회보장번호(SSN)도 어렵게 받아 보면 별거 아니다.

"소셜번호 카드가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달랑 종이로 나와요? 이거 임시카드인가요? 나중에 플라스틱으로 다시 나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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