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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 사투…'웃기는' 공포영화

Los Angeles

2011.08.1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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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트 나이트(Fright Night)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 콜린 패럴 안톤 옐친 데이비드 테넌트
장르: 공포
등급: R


이 영화 코미디가 아니다. 작정하고 만든 공포 영화다. 그런데 왜 코미디 영화의 느낌이 나는 것일까.

그것은 2011년에 등장한 뱀파이어 영화가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일지 모른다. 수많은 고전 뱀파이어물이 반복해온 관능적이고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로만 밀고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현대적인 설정으로만 가자니 뱀파이어란 존재 자체가 생뚱맞다. 그래서 영화 '프라이트 나이트(Fright Night)'는 여러 가지 장르적 특징을 짬뽕했다. 코믹한 느낌이 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80년대 동명원작의 리메이크이긴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만 가져왔다. 옆 집에 이사 온 뱀파이어 남자 제리(콜린 패럴)와 사투를 벌이는 고등학생 찰리(안톤 옐친)의 일생일대 대결이 그 골자다. 할리우드의 대 스타인 콜린 패럴이 뱀파이어 제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일단 영화는 호러물의 전형적 장치들을 그대로 차용했다. 음습한 분위기 창백하지만 섹시한 남자주인공 그에게 희생당하는 여러 미녀들 그리고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음향 효과까지 모든 게 갖춰졌다.

특히 날카로운 현으로 쉴새없이 긴장감을 몰아가는 음악의 힘은 영화 전체의 공포감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

문제는 인간과 뱀파이어 간의 대결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면서 영화의 색채가 B급 좀비물의 느낌으로 변해버렸다는 점이다. 십자가도 마늘도 빛도 소용없고 총칼로도 죽일 수 없어 끊임없이 되살아나기만 하는 뱀파이어는 원래의 매력을 잃고 리얼리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괴수로 전락해버린다. 처치하게 되는 과정도 좀 허무하다. 그렇게 없애려 해도 끄떡없던 뱀파이어가 특별한 대못 한 방에 사라진다는 사실에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이 영화를 즐기는 법은 하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무서우면 놀라고 황당하면 깔깔 웃어 젖히며 맘껏 어이없어 하면 된다. '트와일라이트' 시리즈가 아닌 이상 21세기의 하이틴 뱀파이어 영화를 즐길 방법은 그것뿐인 듯 하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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