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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엄빠일기] 햄달새 '깜짝 다이어트' 성공하다

"삼촌 나 이제 진짜 진짜 조금만 먹을 거야." 햄달새가 7월 하순 어느날인가 갑자기 절식을 선언했다. 한참 자라는 나이로 하루에 거의 다섯 끼니를 먹고도 항상 배고파했던데 비춰보면 이례적이었다. 사연인즉슨 서울의 엄마 아빠 언니가 미국으로 휴가차 건너오기 전에 다이어트를 좀 해놔야겠다는 것이었다.

햄달새 엄마는 이전에 가끔씩 내가 보내주는 햄달새 사진을 보고 기겁하곤 했다. "오빠 애가 거의 돼지가 다 돼가네. 살들이 터져나오려고 해. 미국 뚱뚱한 애들에 전혀 뒤지지 않아"하면서 동생은 내게 은근히 스트레스를 줬다. 영양의 밸런스를 갖춰 먹이되 육식을 줄이고 전체 열량을 과다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라는 얘기였다.

동생한테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 또한 속으로 중얼거리며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에 있을 때 보니까 애들 원하는 대로 다 해 먹이더구만. 정작 자기도 못한 애들 식사 조절을 내가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다고 나보고는 철저히 해주길 바라는거야?"

일년에 10센티 15센티씩 크는 사춘기 초기의 아이들을 키워 본 부모들은 다 알 것이다. 여자 아이 남자 아이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애들은 이 때 웬만한 어른 두 배 가까이 먹어댄다. 식욕 이상의 강한 욕구도 드물다. 아무리 못 먹게 하고 가끔씩 화를 내도 햄달새는 "삼촌 제발 딱 한 수저 딱 한 수저만"하면서 무지막지하게 밥이며 빵 고기 등을 먹어댔다.

아침을 거르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시리얼이나 간단히 빵을 구워 먹는 것도 아니었다. 꼭 밥을 한 그릇씩 비워야 했다. 학교에 가서는 10시쯤 간식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 3시가 조금 못 돼 학교를 파하고 과외를 끝낸 뒤 5시쯤 집에 오면 곧바로 "밥 밥 밥…"해대는 것이었다. 매번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후다닥 밥을 차려줘야 했다. 그러고 나서 햄달새는 저녁 8~9시쯤 되면 또 부엌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거렸다. 냉장고 문을 쓱 열고 검역원이 검사하듯 구석구석을 살펴본 뒤에 예컨대 소시지나 햄 베이컨 조각 혹은 빵이나 케이크 등을 후다닥 집어들곤 했다. 내가 눈치를 하거나 소리를 치면 "제발 오늘 한번 만"하는 식으로 그때그때를 모면했다. 그러나 한번도 그러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하루 5끼가 되는 거였다.

많이 먹는다는 것 특히 육류로 먼저 손이 간다는 것 그리고 살이 꽤나 졌다는 것을 햄달새는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일말의 가책 비슷한 것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인지 죽어라 먹고 체중이 불고 있는데 대해 스트레스는 없었다. 다만 서울의 제 가족들 특히 엄마에게 살찐 자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들어야 하는 이런저런 성화가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서울식구들이 미국으로 휴가를 건너오기 약 보름 전부터 나름 다이어트를 선포한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여자 특유의 본능이랄까 게다가 제 스스로 결심한 것이니만큼 다이어트를 제법 성실히 실천하는 게 눈에 띄었다. 잠자기 전 야식을 끊고 고기를 자제해 먹는 등 꽤나 달라진 식습관을 보였다. 마침내 8월 초중순 예정대로 햄달새 식구들이 미국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살은 통통하게 올라있는 상태였지만 우람하게 옷을 터트리고 나올 정도로 뚱뚱한 모습은 피할 수 있었다. "엉! 실제로 보니까 괜찮네." 동생은 오랜만에 본 제 딸 모습에 그런대로 만족해 했다. 여자 아이도 나름일 텐데 햄달새에게는 여우 같은 기질이 확실히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찌는 살로 내게 스트레스를 주고선 제 식구들 방문에 맞춰 감쪽같이 감량을 해놓음으로써 내 입장을 곤란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간 "먹는 걸 자제시키려 해도 도무지 말을 안듣는다"고 동생한테 매번 하소연하곤 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거짓말 비슷하게 변명을 늘어놓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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