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 바오로 천주교회(주임신부)가 지난 6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공동체 창설 25주년 기념 문화행사 중 네번째 마당 연극 '바보 추기경'이 오는 9월 23~24일 공연된다. 이날 공연장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전도 함께 열 계획이다. 오늘(31일)부터 종교섹션에 3회에 걸쳐 연극 '바보 추기경'의 추천글을 싣는다.
곽호인 베드로 성 정바오로 천주교회 주임신부 찬미 예수님, 추기경님께서는 생전에 성직생활 50여 년 중 가장 행복했던 때를 시골 본당의 주임신부 시절이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추기경님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신 분입니다. 당신은 평범한 삶을 원했으나 어머님께 등 떠밀려 신학교에 들어가야 했고, 소박한 시골 신부가 되기를 원했으나 하느님은 그 분을 추기경으로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 사는 추기경이 되길 바랐지만, 격동의 시절 산업화와 민주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내몰려 평생을 하느님의 도구로 사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며 하느님의 은혜를 다 깨닫지 못한 자신을 가리켜 '바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이 분을 바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바보는, 바보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따라야 할 지혜로운 분, 큰 사랑을 실천하는 분을 대신하는 의미로 바뀌었습니다.
언젠가 이 곳을 방문하시고, 힘든 이민 생활 속에서는 더욱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당부하신 추기경님의 말씀은 항상 저희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가 본당 공동체 설립25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를 기념하는 때에 '바보 추기경'이라는 연극무대를 통하여 그분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게 된 것은 큰 행운이고 은총입니다. 한국에서 이미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작품이 우리 성당 무대에 올려져서 여러분들과 함께 볼 수 있게 되니 마음이 설레입니다. 공연을 위해 멀리 태평양을 건너오신 출연진 제작진은 물론 이곳에서 행사를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아무쪼록 바보 추기경에 다 같이 흠뻑 빠져 예수님 사랑, 이웃 사랑의 에너지를 가득 충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