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새' 이신바예바, 메달 획득 실패
실력·작전·매너 등 기대이하
무레르 여자 장대높이뛰기 우승
이신바예바는 30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6위를 기록했다. 1차 시도 4m65는 가볍게 넘었지만 이어진 4m75와 4m80의 바를 넘지 못하며 6위에 그쳤다. 메달 획득은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세계기록을 27번 갈아치운 노련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듯했다. 다른 선수들이 분주하게 바를 넘을 때 이신바예바는 혼자 모자를 눌러쓰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몸을 푸는 장면이 대형화면을 통해 보일 때마다 관중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큰 소리로 "모자 좀 벗어라" "너무 예의가 없다" 등의 쓴소리를 외쳤다. 한국말을 알아들을 리 만무한 이신바예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첫 번째 시도 전까지 스파이크를 신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했다. 동시에 치러지는 다른 종목의 경기를 엿보기도 했다.
이신바예바는 4m65를 통과한 뒤 바로 4m75에 도전했다.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0.10m를 올려 또 한번 충분한 휴식을 가졌다. 그러나 과감한 선택의 결과는 초라했다. 첫 시도에서 힘껏 도약한 몸이 바를 쓰러뜨리고 말았다. 문제는 그 뒤였다. 4m75를 다시 도전하지 않았다. 4m80으로 바를 올려 또 한번 적지 않은 시간을 벌었다.
이전 몸 상태였다면 이는 효과적인 작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상이 아니었다. 긴 슬럼프 끝에 지난해 1년여의 공백을 겪었고 실전에 복귀한 지도 9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결국 바를 넘지 못하고 추락했다. 그녀는 패인으로 장대를 손꼽았다. 경기 뒤 "장대가 내게 맞지 않았다. 너무 부드러웠다"며 "바를 넘을 때마다 장대를 계속 바꿔야 했다"고 밝혔다. "장대가 낚싯대처럼 휘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신바예바는 자신의 가능성을 확고하게 믿었다. 그녀는 "아직 세계기록을 더 세울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며 "그 포인트를 찾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2012 런던올림픽을 향해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뒤처진 실력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우승을 차지한 파비아나 무레르(브라질.사진)는 이신바예바의 부진에 대해 "기술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5m 이상을 넘는 선수라도 긴 공백을 메우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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