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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기자의 장르 탐구] 아폴로 18…그들의 존재는 아무도 몰랐다

Los Angeles

2011.09.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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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와 외계 생명체 이외에는…
완벽한 사실처럼 포장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거짓 사실'에 관객 빠져들어


오늘 개봉한 영화 '아폴로 18(Apollo 18)'은 꽤나 충격적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달 탐사를 위해 보냈던 유인우주선은 아폴로 17호가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사실 아폴로 18호도 존재했다 주장한다. 미 국방부가 비밀스레 일을 추진했다는 것. 그리고 아폴로 18호에 승선했던 우주인들은 그 곳에서 미지의 외계 생명체와 조우하게 된다. '아폴로 18'은 그 당시 기록들의 모음이다.

사실일까? 아니다. 거짓이다. 영화는 철저한 픽션이다.

그런데 '아폴로 18'은 이를 완벽한 사실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게다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렸다.

그래서 관객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거짓 사실'들에 완전히 빠져든다. 그게 이런 장르의 묘미다.

'아폴로 18'과 같이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린 픽션을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라 부른다. 말 그대로 가짜 다큐멘터리란 뜻이다. 모큐멘터리(Mocumentary)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영화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90년대부터다. 90년대 초반에는 주로 풍자적 효과를 내기 위해 이 같은 기법을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포영화의 기법으로 즐겨 사용된다. 가정집이나 폐가 등 우리 주변의 일상적 상황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상황을 담아내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일반인들이나 아마추어 필름 메이커들이 가정용 카메라로 찍은 듯한 허술한 느낌이 특징이다.

대부분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할 경우 엄청난 이윤을 남기곤 한다.

'아폴로 18'은 정통 공포보다는 SF 스릴러 물에 가깝지만 외계 생명체나 정부의 음모론 등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다른 페이크 다큐멘터리 공포 영화들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대표적 페이크 다큐멘터리

▶블레어 위치 (1999)
페이크 다큐멘터리 공포물이 세계적 관심을 얻게 된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 영화. 3명의 영화학도가 마녀의 정체를 찾아 나섰다 실종되고 그들이 찍은 필름만이 남아 당시의 상황을 말해 준다는 내용이다.

▶패러노멀 액티비티 (2007)
가정집에서 느껴지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밝혀내고자 CCTV를 설치 촬영해 그 비밀을 확인한다는 내용. 1만 5000달러의 제작비로 1억 70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공포 영화의 최신 트렌드로 자리잡게 한 작품이다.

▶보랏 (2007)
카자흐스탄 방송국 리포터인 보랏이 자신의 미국 체험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르며 그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내용. 웃음과 풍자를 위해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택한 전형적 예다.

▶타임 (2011)
지난 6월 한국 MBC에서 창사 50주년을 맞아 제작한 TV용 페이크 다큐멘터리. 여의도 한복판에 뿌려진 돈 다발과 이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조명하겠다는 제작 의도가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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