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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 기자의 동네 미술관 명화산책] 게티 미술관 '리날도의 마법에 걸린 숲 정복'

Los Angeles

2011.09.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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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작품 속 숨겨진 '십자가 전쟁의 잔혹함'
게티 미술관에 전시 중인 '리날도의 마법에 걸린 숲 정복'(Rinaldo's Conquest of Enchanted Forest)은 1650년경 이탈리아의 바로크 화가인 프란체스코 마페이가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인 리날도는 대표적인 기독교 영웅으로 그림 안에서는 사악한 '이슬람 마녀'인 아르미다의 부하들을 죽이려 칼을 들고 있다.

리날도는 이탈리아 시인인 타소의 서사시 '예루살렘 해방'(Gerusalemme Liberata)의 주인공이다. '예루살렘 해방'의 배경은 1099년으로 십자군 전쟁이 한참일 때다.

전쟁은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포위한 상태라서 십자군에게 유리한 상황.

십자군의 장군인 리날도는 사령관 고프레도의 딸인 알미레나와 전쟁이 승리한 후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사라센의 왕인 아르간테와 그의 연인인 이슬람 마녀 아르미다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알미레나를 납치한다. 리날도는 많은 고생을 하지만 결국에는 알미레나를 구하고 전쟁에서도 승리한다. 아르간테와 아르미다는 전쟁에서 패한 후 기독교로 개종한다.

지금의 시각으로 본다면 진부한 이야기와 어이없는 결말 때문에 허술한 서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당시 이 작품의 인기는 대단했다.

프랑수아 부셰와 프란체스코 마페이를 비롯한 많은 미술가들이 리날도와 알미레나를 모티브로 해서 작품을 남겼다.

헨델이 만든 오페라 '리날도'는 1711년 초연될 때부터 초만원을 이루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리날도는 현재도 헨델의 초기 걸작으로 꼽힌다. 아리아 중 하나인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 mia cruda sorte)는 영화 파리넬리에 삽입되어서 우리 귀에도 친숙한 곡이다.

하이든과 로시니와 같은 음악가들도 리날도의 이야기를 토대로 오페라를 작곡했다.

아름다운 예술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십자가 전쟁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마페이의 그림과 헨델의 오페라는 종교의 가장 추악한 면인 원리주의를 가장 아름답게 포장했기에 불편한 작품이 되었다.

얼마 전 일어난 노르웨이의 총기난사 사건은 기독교세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사건이었다. 원리주의는 이슬람에만 있는 줄 알았던 대다수의 사람은 기독교 원리주의자의 잔혹한 테러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조금만 역사를 들여다보면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은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해왔다. 기독교는 900년 전에 대규모로 이슬람을 공격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셰 마페이 헨델 하이든과 같은 예술가들이 '테러'를 미화하는 데 앞장섰다는 것이다.

종교를 포함한 문화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 갈등을 봉합하는 방법이다. 500년동안 우리에게 감동을 준 예술작품은 일방적인 시각만을 강요하기에 갈등을 봉합하기는커녕 부추긴다. 크루세이더와 그의 칼이 그려진 마페이의 그림이 불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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