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지역에서 개봉한 영화 ‘퀵’은 시작부터 뒤도 안 보고 달리기 시작해 끝까지 달리고, 부수고, 터뜨리고, 웃기는데 전념한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을 겨냥한 확실한 영화다. 관객에게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린 것 같은 강렬한 흥분을 선사하겠다는 목표가 설정된 듯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디선가 봤음직한 장면이지만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통쾌한 ‘파괴의 미학’을 즐기기엔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유치한 듯 보이지만 결국은 웃을 수밖에 없는 코미디도 빠지지 않는다. 헬멧을 쓴 채 엉성한 아이돌 댄스를 추거나 심지어 샤워까지 하는 아롬이나 위기의 순간에 엉뚱하게 실수하는 명식의 모습은 긴장감으로 잔뜩 오그라든 몸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작자 윤제균 감독은 한국의 관객들이 어떤 지점에 환호하고, 폭소하는지 대중적인 코드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 액션과 코미디, 약간의 교훈극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퀵’은 엔딩에 스태프들의 ‘고생 메이킹 필름’을 붙여 감동 코드까지 알차게 챙겼다. 영화 ‘퀵’은 Rave 14(11900 Palace Way, Fairfax, VA)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