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에서의 7일(Seven Days in Utopia)' 시사회 초대를 받았을 때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흔하디 흔한 '필 굿 무비(feel good movie)'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매튜 딘 러셀 감독이 연출한 영화 '유토피아에서의 7일'은 데이비드 쿡의 2009년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루크 치솜(루카스 블랙 분)이라는 골프 유망주가 텍사스의 유토피아라는 마을에서 일주일간 머물며 좌절을 극복하고 골프와 인생 그리고 사랑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최경주는 세계 최고의 프로골퍼인 '오태권(T.K. Oh)' 역을 맡았다. 대사가 단 한마디도 없는 게 아쉬웠지만 눈빛 연기는 볼만했다. 최경주는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다. 영화 출연은 좋은 추억으로만 남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15분 동안 주인공과 발레로 텍사스 오픈 최종 라운드 연장전에서 혈전을 펼칠 때는 영락없는 '탱크'의 모습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름의 이니셜(T.K.O)답게 오태권이 골프클럽 커버로 복싱 글러브를 이용한다는 점.
영화 분위기가 중반까지는 너무(?) 평화로워 '좀 간지러운 영화'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 주연을 맡았던 루카스 블랙의 거친 이미지 덕분에 결코 유치한 분위기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대부' '대부2'에서 마이클 콜레옹(알 파치노 분)의 변호사 형으로 출연해 유명세를 얻은 뒤 '위대한 산티니(1979)'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로버트 듀발이 치솜의 골프 스승인 자니 크로포드 역을 맡았다. 어느덧 80세가 된 듀발은 야구 명화로 꼽히는 '내추럴' 카레이스 영화 '폭풍의 질주(Days of Thunder)'로 스포츠 영화에 자주 얼굴을 비췄던 베테랑 배우. '유토피아'에서도 벌써 세 번째 공동 출연이라서인지 루카스와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인다. 주인공으로 루카스를 선택한 것도 탁월했다. 프로 못지 않은 부드러운 골프스윙을 선보여 '실제 PGA 선수가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데이비드 쿡의 원작 '신성한 골프여행: 유토피아에서의 7일(Golf's Sacred Journey: Seven Days at the Links of Utopia)'은 현재 스포츠 선수들(특히 슬럼프에 빠진) 사이에 가장 인기 많은 소설이라고 한다. 영화를 보면 왜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러셀 감독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치솜이 오태권과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다 서든데스 연장전에서 롱 퍼트를 시도하는 장면. 홀컵 안에 볼이 들어가야 우승이다. 과연 주인공은 성공할까? 다음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초로 시도한 깜짝 엔딩'이라 할만하다.
러셀 감독은 영화를 만든 취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잘 맞는 스토리라 생각했다. 이 영화는 우리가 평소에 알면서도 자주 잊는 걸 일깨워준다: 조금만 뒤에서 바라본다면 인생에서 돈보다 가치가 높은 것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와 야망 그리고 꿈만 쫓느라 바빠 이런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 일이 힘들어지더라도 우리가 흘러가는 인생의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지난 2일 미 전역에서 개봉됐다. 홈페이지는 http://www.sevendaysinut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