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중 '신중현'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록 뮤직의 대부 기타의 명인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귀재 작곡가.... 이처럼 훌륭한 호칭이 수도 없이 따라붙는 한국 최고의 뮤지션인 그는 그러나 미국의 록 뮤직계에서는 이 정도가 아니다. '록 뮤직의 신화'로 이들은 신중현을 지칭한다.
최근 그의 영어판 음반을 2년여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라이트 인 디 애틱'(Light in the Attic) 레코드의 대표 맷 설리반(Matt Sullivan)도 신중현을 록의 전설로 부르는 추종자중 한 명이다.
신중현의 음악적 황금기이자 수난기라 할 수 있는 1958년부터 1974년 까지 탄생된 기타 명음악 14곡을 추려 '아름다운 금수강산: 대한민국 신중현의 싸이키델릭 록 사운드'(Beautiful Rivers and Mountains: the Psychedelic Rock Sound of South Korea's Shin Joong Hyun) 라는 제목의 CD와 LP를 만들어 낸 맷 설리반을 만났다.
화씨 100도를 오르내리는 올 여름 최고로 더웠던 지난 목요일 "신중현 CD를 위해서라면 아프리카라도 가겠다"며 땀 뻘뻘 흘리며 중앙일보로 찾아온 맷 설리반은 만나자마자 "신중현 때문에 나는 요즘 한국에 빠져있다"며 한국어 신문을 보물 만난 듯 얼른 품에 안았다.
- 어떻게 신중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 내가 경영하는 레코드 제작사는 전세계에 숨겨진 보석 같은 뮤지션을 찾아내 그들의 음악을 전문으로 제작해 내는 레코드사다. 지금은 세계적 스타가 된 에릭 크랩튼이나 퀸시 존스 같은 음악인들도 누구인가에 의해 발굴되기 전까지는 시애틀의 이름없는 뮤지션이었다. 처음 음반 비즈니스를 시작하려 마음 먹었을 때부터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므로 나의 하는 일은 늘 '어디 숨겨진 보물이 없나' 귀를 활짝 열고 귀한 음악을 찾아다니는 일이다.
신중현을 알게 된 것은 행운 중 행운이다. 2년반 전 쯤 한 지인에게 특별한 뮤지션 소개를 부탁했더니 '신중현이라는 한국의 기타리스트가 있는데 너 혹시 들어봤느냐'고 물었다. 마침 그때는 펜더라는 기타 전문점에서 전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에게 특별 제작한 기타를 헌정하는 특별 행사를 펼치는데 신중현이 바로 아시안으로는 특별 기타를 받은 무렵이었다. 펜더와 여러 관계자들에게 물어 신중현의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고 그의 모든 신상 검색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신중현에 빠지기 시작했다.
- 그의 음반을 내야겠다는 결심은?
▶ 언급한 펜더 커스텀 기타(The Fender Custom Shop Tribute Series)를 헌정받은 뮤지션이라 신중현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많았다. 이 펜더 커스텀 기타를 받은 기타리스트는 에릭 크랩튼(Eric Clapton) 제프 벡(Jeff Beck)을 비롯 에디 반 헤일런(Eddie Van Halen)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 그리고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n) 등 세계에서 가장 기타를 잘 치는 것으로 알려진 명인들이다.
이 기타를 헌정 받았다 하면 기타 분야에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신중현은 이들에 이어 6번째로 펜더 기타를 받았고 아시안으로는 처음이니 당연하게 세계 록 음악계에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신중현의 음악을 듣고 또한 그의 개인 신상에 대한 스토리를 읽으면서 완전히 그에게 빠졌다. 물론 신중현 음악을 듣자 마자 바로 음반 제작에 돌입했다. 특별히 그가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음악을 제작하라는 독재 정권의 요구를 거부하고 감옥살이까지 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순수한 음악을 지켜낸 그 꿋꿋함에 반했다.
-그의 음악은 몇곡이나 들어보았나?
▶ 아마도 100여곡 이상은 될 것 같다. 이번 CD에 수록된 '달마중'(Moon Watching)이나 '할 말도 없지만'(I've Got Nothing to Say) '아름다운 강산'(Beautiful Rivers and Mountains) 같은 곡들은 수 십 번씩 들어 외울 정도다. 그의 음악은 하나도 예외 없이 모든 곡이 마음을 끈다.
- 그의 음악이 다른 기타리스트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 그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는 그야말로 온 몸의 신경을 자극하는 듯 경이롭다. 솔직히 음악은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아마도 신중현의 기타 연주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내가 말하는 뜻을 곧 이해할 것이다.
특별히 그가 경험한 힘겨웠던 고난이 그의 음악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고 성숙하게 가꾸었다고 생각한다. 에릭 크랩튼이 아들을 잃은 후 엄청나게 많은 히트곡들을 내놓은 것처럼 신중현의 음악도 고통을 통해 완벽하게 가꾸어 졌다고 생각한다.
-그를 만난 적이 있는가?
▶안타깝게도 아직 얼굴을 대한 적은 없다. 음반을 제작하면서 전화로 이메일로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만나지는 못했다. 꼭 만나고 싶다.
이번 음반 작업을 위해서는 기타넷(GuitarNet.co.kr)이라는 기타 전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존 박 통역을 전담한 존의 아들 에디 박 CD 속에 신중현에 대한 인물 설명을 써준 작가 케빈 호스 등 신중현의 친구들이 상당히 많이 참가했는데 그들 모두로부터 그에 대해 많은 것을 들어 나도 벌써 친한 친구가 된 느낌이다. 바람이라면 CD 홍보를 겸해 그를 미국에 초대하고 싶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해 그의 음악이 탄생된 배경을 직접 보고 싶다.
- 앞으로 한인 뮤지션 음반 출반 계획은?
▶ 오는 27일 CD와 2개의 LP 디지털 컴펄레이션으로 공식 판매되는 이번 앨범 외에 신중현의 CD를 더 낼 계획이고 신중현 곡을 부른 가수 김정미의 음반을 계열사인 라이온 프로덕션을 통해 곧 내놓을 계획이다. 신중현의 또다른 앨범 '신중현과 엽전들'(Shin Joong Hyun & the Yupjuns)도 라이언 레코드 레이블로 출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