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한국 의약품의 미국시장 진출 장애요인으로 ▶유통망 미 확보 ▶투자회수의 불확실성 ▶품목 및 가격경쟁력 미흡 ▶제조물 책임법에 의한 배상 가능성 ▶미국 전문가 부족 ▶허가 경험 전무 등으로 분석했다. 이 중 제품 결함에 대비한 위험 분산 시스템 부족과 혹시 모를 소송제기에 따른 천문학적 손해 배상액은 적극적인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한국 기업이 해외로 제품을 수출하고자 한다면 수출국의 법률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제조물 책임(Product Liability)법이다. 특히, 제조물 책임법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기업 운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미국 제조물 책임제도는 제조물 결합의 종류에 따라 과실책임(Negligence), 담보책임(Breach of Warranty of Fitness), 엄격책임(Strict Liability)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나, 대부분 제조물 책임을 엄격책임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제조업자들의 과실이 있는지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제조물 결함 있다는 객관적 입증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므로 제조업자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경우 결함이 있는 제조물에 대해 엄격책임이 적용되는 경우 원료, 부품 및 제품 제조 등의 생산업자를 비롯해서 유통판매과정의 도소매업자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한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직접 제조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면책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제품을 생산, 수출하는 업체들과 같이 제조물의 공정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업체들도 제조물 책임을 지게 된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기 제조업자인 ‘갑’이 휴대전화의 주요 부품인 배터리 충전기를 하청업자인 ‘을’로부터 납품 받아서 배터리 충전기를 포함한 휴대전화를 수출하였을 경우 충전기 결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정은 ‘갑’에 대하여 제조물 책임을 청구 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가능한 잠재적 피고 모두를 재판에 끌어 들이려는 배경에는 손해의 효율적 보상이라는 경제학적 사고 방식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받기 위해 피해자는 경제적으로 더 부유한 이른바 ‘딥팟켓’(Deep Pocket)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국의 제조물 책임법 시행으로 한국 기업들의 인식도 서서히 전환돼 가고는 있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따라서 수출국 법률에 따른 기업의 위험성 대비와 전략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로서는 수출국 내 제조물 책임에 관한 분쟁이 야기되는 경우에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 신속한 상황 파악과 제품 회수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리콜체제를 정비하고, 정보 통신 네트워크나 대중매체에 대한 방어와 활용방안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특히 미국 현지 변호사 또는 기타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소송 대응체제를 미리 정비하여야 한다.
제조물 책임에 관한 위험의 분산을 위해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등 손해배상에 대비함은 물론 원료, 부품 공급자를 비롯해서 유통판매과정의 도소매업자와 사이에서도 제조물 책임의 분담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여 두어야 한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진출에 따른 한국기업들의 장기적인 시장개척 전략과 더불어 한국과 미국간의 법체계나 제조물 책임법 자체의 차이점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토대로 제품의 안전대책이나 소송대비책 등을 준비한다면 분명 더 많은 한국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제패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예전에는 큰 조직이 세계를 제패했지만 요즘은 준비하는 조직이 세계시장을 선도한다는 말’이 새삼 의미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