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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승리'보다 한 인간의 '변화'가 주는 감동…머니볼 (Moneyball)

Los Angeles

2011.09.2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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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최저 연봉 약체팀
20연승 기적 일궈낸 실화 바탕
브래드 피트 '디테일'연기 발군
감독:베넷 밀러
출연:브래드 피트, 조나 힐 등
장르:드라마
등급:PG-13


이것은 야구에 관한 영화다. 그냥 야구가 아니라 프로 야구에 관한 영화다. 그것은 결국 돈에 관한 영화란 뜻이기도 하다. 돈에 따라 뭉쳤다 헤어졌다 움직였다 머물렀다를 반복하는 메이저리그 속 사람들을 그렸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돈에 웃고 돈에 우는 프로 야구 구단 속 사람들이 돈과 승리를 놓고 선택하고 좌절하고 변화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머니볼(Moneyball)'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다.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이 주인공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140여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리그 내 최하 연봉 최약체 팀을 20연승의 기적을 이룩한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과학적 분석과 경제적 계산법을 도입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들을 영입하는 전략을 통해서다. 그의 곁에는 훌륭한 참모 피트 브랜드(조나 힐)가 있다. 예일대를 갓 졸업한 애송이지만 '머니볼' 이론의 핵심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승리의 기적은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가진 드라마가 있고 거기에 패자들의 역습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일부러 그 드라마를 강조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펼쳐줄 뿐이다. 거기에 빌리 빈이란 인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연을 반복적으로 교차시킨다. '머니볼'이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란 팀의 역전 스토리가 아니라 한 개인이 서서히 변화되며 살아가는 과정을 한 걸음 물러나 바라 본 관찰기의 성격을 더 진하게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영화의 각본을 맡은 애런 소킨스가 지난해 집필했던 '소셜 네트워크'에서 보여줬던 것과 비슷한 전개방식이다.

감동이 오는 것도 그 지점이다. 팀이 이겨서가 아니라 빌리 빈이 변화되기 때문이다. 그의 선택이 실수인지 아닌지 '머니볼' 이론이 위대하고도 옳은 이론인지 아닌지를 영화는 굳이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그 판단은 영화 속 인물들 그 자신들의 몫인 동시에 관객의 몫이다. 희미하게나마 돈을 넘어서는 무엇인가의 의미를 곱씹게 만들어주는 것만으로 영화는 만족한다.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눈이 부시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사소한 디테일들을 통해 복잡한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피트 브래드 역을 맡은 조나 힐과의 교감도 아주 훌륭하다. 우정이나 의리 같은 간단히 정의될 수 없는 동반자적 관계로 영화 전체를 부드럽게 끌고나간다.

영화는 실제 메이저리그의 경기 중계 장면을 적잖이 삽입했다. 실제 야구선수나 스포츠 기자들도 출연시켰다. 리얼리티가 더해지면서 다큐멘터리 적인 느낌마저 감돈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와 계속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참 세련된 스포츠 영화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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