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집안의 작은 공장. 주부는 이 곳에서 끊임없이 가족의 행복을 위한 ‘음모’를 꾸민다.
이 ‘집안공장’에서 일어나는 가장 빈번한 노동행위는 자르고,으깨고, 섞고 부수는 일. 사무직원에게 컴퓨터가 필수이듯 블렌더나 프로세서·초퍼·믹서 등은 이런 행복만들기에 없어선 안될 도구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골고루 갖춰야만 요리 만점 주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중에는 쓰임새가 비슷한 것들도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한두 가지로 요리에 필요한 대부분의 공정을 해치울 수 있기 때문이다. 모터든 손의 힘이든 회전력을 이용하는 것이 공통점인 블렌더·푸드 프로세서·초퍼·믹스 이 ‘4형제’의 장단점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블렌더는 한인들이 흔히 믹서라고 부르는 물건이다. 주스와 야채즙 만들기에 좋다. 채소를 으깨거나 가는데 가장 효과적이다. 감자같이 밀도가 높고 단단한 재료에는 사용하기 곤란하다.
푸드 프로세서는 일종의 다목적 식재료 가공기구. 갈고 으깨고 걸러서 채치는 등의 거의 모든 식재료 가공에 사용할 수 있다. 단단한 치즈를 가늘게 썰어내거나 땅콩버터를 으깨는데 이 기구만큼 탁월한 게 없다.
초퍼는 채소를 으깨거나 가늘게 잘라내는데 사용된다. 사용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
믹서는 휘핑크림을 만들거나 빵 반죽을 개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잘 해치운다.
◇다 갖추어야 하나
기능이 중복 되는 만큼 다 갖출 필요는 없다. 한 가지만 선택하라면 푸드 프로세서가 가장 무난하다. 푸드 프로세서는 갈고 잘게 자르는 등의 모든 임무를 훌륭히 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종류를 갖춰야 한다면 서로 기능 중복이 적은게 좋다. 블렌더와 믹서의 조합의 대표적인 예. 이 경우 블렌더로는 곤란한 감자으깨기 같은 것을 믹서로 쉽게 할 수 있다.또 반대로 믹서로는 단단한 재료를 잘게 부술 수 없으나 블렌더로는 쉽게 해치울 수 있어 상호보완적이다.
물론 이같은 조합은 가격은 따지지 않고 쓰임새만을 고려했을 경우다. 블렌더나 믹서의 경우 세워놓고 쓰는 스탠드형이 아니라 주로 손으로 잡고 쓰는 핸드헬드형도 있는데 가격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격대는 어떻게 되나
제품별로 가격 차이가 크다. 블렌더의 경우 최저 30달러선에서 최고 400달러대까지로 기능이 비슷함에도 가격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성능이 꼭 가격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어서 제품 선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푸드 프로세서 역시 싼 제품은 30달러선, 비싼 것은 300달러가 넘을 정도로 가격 폭이 넓다. 그러나 블렌더와 비교할때 비교적 비싼 가격의 제품이 대체로 성능도 좋은 편이다.
초퍼는 제품의 종류도 많지 않지만 가격도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대략 20∼40달러선에서 시판되고 있다.
믹서(스탠드형 기준)는 30달러 선에서 400달러에 육박하는 것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있다. 믹서 역시 대체로 가격이 비싼 제품이 성능도 좋은 편이다. 이는 핸드 믹서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러나 핸드 믹서는 스탠드형 믹서에 비해 값이 훨씬 사서 싼 것은 10달러선 비싸도 여간해서 100달러를 넘지 않는다.
◇제품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블렌더=컨슈머 리포트 최근호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은 크룹스 239(Krups 239). 모터 성능도 좋고 작동시 비교적 조용하며 버튼 조절도 쉽다. 특히 가격이 40달러선으로 저렴해 가격대비 성능으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브라운(MX2050 과 MX2000)이 그 뒤를 이었다. 크룹스 572도 좋은 평가를 받은 블렌더. 특히 이들 제품은 모두 100달러 이하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반면 가장 나쁜 평가를 받은 제품은 해밀턴 비치(Hamilton Beach·56400모델)·웨어링(Waring·PBB25)·오스터라이저(Osterizer 6641·6646 모델) 블렌더. 특히 웨어링의 경우 140달러대로 비싸지 않은 편임에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푸드 프로세서=키친에이드(KitchenAid)와 퀴진아트(Cuisinart)제품이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이들중 특히 키친에이드 KFP670모델과 퀴진아트 DLC-8S모델이 가장 좋은 점수를 얻었다. 두 제품은 매우 조용한데다 다루기도 편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형편 없는’ 것으로 나타난 제품은 해밀턴 비치 모델(70700과 702R). 해밀턴 비치 모델은 블렌더는 물론 푸드 프로세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함으로써 이들 제품 시장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크룹스705는 평가에서 꼴찌에서 3번째를 차지, 블렌더는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푸드 프로세서에서는 하한가를 보였다. 이는 회사마다 특장 제품이 있다는 뜻.
△초퍼=컨슈머리포트는 이번에 5종류의 초퍼를 평가했는데 모두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초퍼는 가격이 비싸지 않은 편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선 어느 제품을 골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초퍼의 경우 가격과 성능이 정비례한다는 것. 평가에서는 퀴진아트제품 2종(DLC-2·DLC-1)이 1·2위를 차지했다.
△믹서(스탠드형)=키친에이드 제품이 1∼3위를 휩쓸었다. 푸드 프로세서에 이어 믹서 부분에서도 키친에이드가 명가임을 과시한 것. 해밀턴 비치(64586모델)는 값(30달러선)도 월등히 쌌지만 최하위로 평가돼 블렌더·푸드 프로세서 부문에 꼴찌 3관왕을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흥미로운 점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키친에이드 제품군내에서 성능과 가격이 반비례한다는 것. 170달러로 가장 싼 K45SS모델이 1위를 차지하고, 3백65달러로 가장 비싼 KP2671X모델이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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