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자는 '버핏세' 논란 속에서 캘리포니아 주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이미 부자들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징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주장해 '버핏세'라 불리는 세금 논쟁을 놓고 최근 LA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조지 스켈턴은 '버핏이 자신의 주장대로 세금을 내고 싶으면 네브래스카를 떠나서 캘리포니아에 와서 살면 된다'고 주장했다. 워런 버핏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네브래스카에 위치해 있다. 조지 스켈턴의 LA타임스 칼럼을 정리했다.
'버핏세' 시행중인 캘리포니아 살펴보니 고소득자에 지나친 의존, 불경기때 재앙 부유층 투자실패로 최악 재정적자 경험
재정적자로 고민에 쌓인 오바마 대통령이 소위 '버핏세'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정말로 버핏세를 만들어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싶어 한다면 캘리포니아 주의 세금제도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이미 버핏세를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캘리포니아 주는 최근 수년간 최악의 재정적자로 시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재정은 부자들로부터 걷은 소득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의 재정상태도 부자의 소득세 신고에 따라 롤러코스트를 타는 형태다. 부자들이 주식시장이나 다른 투자에서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느냐에 따라 주 재정상태가 위 아래로 출렁거리기 때문이다.
사실 억만장자 워런 버핏의 주장은 호소력이 있었다.
그는 지난달 뉴욕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자신과 같은 억만장자들이 자신의 비서이나 다른 중산층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로 워런 버핏의 주장에 숟가락을 하나 더 얹었다. 그는 지난 주 예산적자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버핏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이 중산층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부자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버핏세가 시행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이미 버핏세가 시행되고 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캘리포니아 주의 세율은 높아진다.
캘리포니아 주 재정국에 따르면 2008년 현재 납세자의 소득이 100~200만 달러일 때 평균 세율은 8.4%다. 소득이 500만 달러가 넘어가면 평균 소득세율은 9.3%로 높아진다. 캘리포니아에는 개인과 가정을 포함해 연소득 500만 달러 이상의 납세신고가 3757건이다.
연소득이 20~30만 달러 사이에 적용되는 세율은 5.5%다. 그 밑으로 내려가면 캘리포니아 주의 소득세율은 확 낮아진다. 연소득 7~8만 달러일 경우 1.4% 연소득 4~5만 달러이면 주 소득세율은 0.2%다.
결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비서들이 자신의 CEO들 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을 확률이 낮다.
워런 버핏이 그의 비서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자본소득과 배당금에 대한 연방 세율은 최고 15%로 일반 소득세율보다 낮다. 다른 소득이 높아 연방 소득세율 35%를 적용받는 납세자라도 자본소득과 배당금에 대한 세율은 최고 15%를 적용받는 것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는 다르다. 자본소득 배당금 모두 일반 소득으로 잡혀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두 번째는 소셜시큐리티 세금 때문이다. 소셜시큐리티 세금은 소득 10만6800달러까지만 과세가 돼 상대적으로 중산층의 세금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도 자본소득과 배당금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1987년 연방 세재개혁과 함께 자본소득과 배당금 세율이 높아졌다. 이후 연방세법에는 자본소득과 배당금에 우호적인 세율을 다시 적용하기 시작했으나 캘리포니아주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캘리포니아주는 소득세의 절반 정도를 부자들의 투자소득에 의존하게 됐다. 하지만 주식시장 붕괴에 따라 부자들의 금융소득이 줄면서 캘리포니아의 세수도 타격을 받게 됐다.
2007년 소득수준 상위 1%가 낸 소득세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나 차지했다. 하지만 주식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손실을 입은 부자들이 소득신고를 낮추면서 소득 상위 1%가 낸 소득세 비율이 전체 소득세의 37%로 떨어졌다. 결국 2년 동안 캘리포니아주의 소득세 수입이 25%나 줄어들었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의 전체 소득세중에 소득수준 4만5000달러에서 8만4000달러까지 납세자의 납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9%에서 2009년 11%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들이 버는 소득은 전체 소득의 19%에 달한다. 캘리포니아에선 오히려 중산층들의 세금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진보성향의 단체인 '캘리포니아 경제를 위한 연구센구'의 스티브 레비 디렉터는 "캘리포니아에서 세금을 충분히 안 내고 있는 계층은 중산층"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금 시스템이 지금처럼 요동치지 않게 하기위해서는 부자 증세가 아닌 중산층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레비 디렉터는 "소득수준 5만~10만달러층이 바로 그 계층"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저소득층은 어떤가.
레비 디렉터는 저소득층이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은 차량등록세 판매세 주류세 등 각종 간접세금을 부자들과 동일한 세율로 내고 있기 때문이다.
'버핏세'도 약하다 '부자세' 필요하다
"고소득자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버핏세'로는 부족하다. 소득이 아닌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를 하자."
예일대 브루스 애커맨 교수와 앤 얼스토트 교수는 '버핏세'보다 더 강력한 부자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순 자산이 720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 2%에 달하는 부자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자산을 기준으로 미국의 상위 0.5%에 드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부자세를 낼 경우 매년 700억 달러 이상의 세금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메디케이드나 메이케어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는 대신 부자세를 도입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라틴 아메리카의 예를 들며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커맨 교수와 얼스토트 교수는 미국의 소득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부의 상속 또한 심각한 수준으로 이는 민주주의에 심각한 도전이 된다는 것이다.
부자세는 프랑스, 노르웨이, 스위스 등 5개 국가가 이미 2008년부터 시행중이며 수년 전 부자세를 없앴던 스페인도 이를 다시 부활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