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이름' 넘친다…'선한 사역 위해' vs '강요의 다른 명목'
한마디 올림주일이나 축일에 하나님께 바치는 돈이나 물건. 초대교회에서는 성직자와 교회내 가난한 사람을 돕기위해 시작됐다. -헌금의 사전적 정의
교회 헌금의 '이름'이 많아지고 있다.
통상 한인교회에서 교인들이 정기적으로 내는 헌금은 십일조 주일헌금 감사헌금 건축헌금 선교헌금까지 5가지 정도다. 비정기적인 헌금까지 합하면 10여 가지가 넘는다.
그런데 이외에도 최근 수년간 새로운 종류의 헌금들이 각 교회 주보를 통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이름의 헌금 홍수 시대를 맞고 있다. 별도의 새로운 헌금들에 대해서 "다른 명목으로 헌금을 강요한다"는 쪽과 "더 많은 선한 일을 위해 필요하다"는 찬반론이 맞서고 있다.
▶'신 헌금' 등장= 한 대형교회는 지난 여름 교인들에게 '수박헌금' 참여를 요청했다. 수박헌금은 여름성경학교 교사들에게 수고한다는 의미로 수박 한통씩을 대접하기 위한 간식비다.
또 한 중형교회는 최근 '선교구제 작정헌금'을 만들었다. 매달 1구좌에 20달러씩이다. 10달러는 선교 10달러는 구제를 위한 목적이다. 교회측에서는 교인들에게 가족 구성원 한 사람 당 1구좌 이상 동참해달라고 광고했다. 4인 가정 기준으로 한 달에 80달러다.
이외에도 '화목한 가정헌금' '기도응답헌금' '헌아식헌금(자녀를 기독교인으로 키우겠다는 부모의 약속)' '간증인감사헌금(예배시간 간증한 교인이 내는 헌금)' 등 색다른 헌금 종류가 늘고 있다.
기존 헌금의 이름을 바꾼 교회도 있다. 건축을 준비중인 한 중형교회는 매월 셋째 주를 '오병이어 헌금' 주일로 정했다. 교회측은 "교인들이 300만 달러를 작정했고 이미 수십만 달러가 걷혔다"고 밝혔다.
귀금속으로 '헌금'하는 교인들도 있다. 건축을 준비중인 한 중형교회에서는 지난 2월부터 건축헌금과 별도로 '금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권사회의 주도로 금반지 귀걸이 돌반지 금팔찌를 교인들로부터 기부받고 있다.
▶찬반론 팽팽=이 같은 헌금에 대해 교회측에서는 "선한 사역을 위해서"라고 목적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교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전체 교인의 의견을 종합하기는 불가능해 간접적으로 5개 대형교회의 장로 5인에게 물었다. 한인교회에서 장로들은 교회 재정의 근간이다. 또 목회자와 일반 교인사이 가교 역할도 맡는다. 객관적인 중도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이들은 평균 매달 수입의 20%를 헌금으로 냈다. 최소 15%에서 많게는 40%를 내는 장로도 있었다.
5명 전원이 교회의 예산 지출 첫 번째 항목으로 '선교와 구제'를 꼽았다. 하지만 4명이 '수박헌금'과 '선교구제작정헌금' 등 새로운 이름의 별도 헌금에는 반대했다.
K 장로는 "교인들이 내는 각종 헌금들은 선교와 구제에 쓰여야 한다"면서 "그런데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새로운 이름의 헌금을 계속 만든다면 과연 교회가 기존 헌금들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의구심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R 장로도 "생소한 이름을 정해 만든 헌금은 하나님께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내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에 반해 새로운 헌금에 찬성하는 쪽도 있다. L 장로는 "교회가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기 위해 정책을 정하고 교인들에게 합심을 요청하는 데 반대할 수 있겠나"라면서 "교인 입장에서는 형편에 맞는 대로 믿음의 분량만큼 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금은 예배…관리·운영 투명하게"
"헌금은 1차원적인 물질적 의미보다는 예배와 감사 그 자체 입니다."
미주장로회신학배학교 김선익 교수는 헌금의 신학적 정의를 '예배'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헌금 'Offering'은 히브리어로 하나님께 가까이 가다는 뜻의 '가라브'로 표현된다"면서 "하나님께 가까이 가려는 우리의 마음 자세가 예배이고 헌금"이라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현대의 예배와 같은 구약시대 제사 행위의 관점에서 볼때 헌금은 번제물과 예수를 상징한다고도 해석했다.
김 교수는 변질된 헌금에 대한 인식도 지적했다. 그는 "최근 만난 한 장로님이 '아껴서 많이 헌금을 하고 싶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면서 "헌금은 물질을 아껴서 드리는 것이 아니라 당초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삶의 우선 순위로 헌금을 정해 놓고 실천하고 있다면 금액의 많고 적음이 믿음의 높낮이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교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성도들에게 헌금을 직.간접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결코 성경적이지 않다"면서 "교회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헌금을 더 걷을까가 아니라 걷힌 헌금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투명하게 운영하고 이를 교인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자 65% "헌금 신학적 의미 몰라"
김상구 교수 논문서 밝혀
목회자들도 '성경적 헌금'의 정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이는 한국의 계간지 '복음과 실천신학' 최신호에 게재된 김상구 교수(백석대학교)의 '한국교회 헌금 실태 분석을 통한 목회 활성화 방안'이라는 논문을 통해 공개됐다.
논문에 따르면 '헌금의 신학적 의미를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알고 있다'고 응답한 목회자는 35.3%에 불과했다. 10명중 최소 6명이 잘 모르고 있는 셈이다. 이어 '성경적 헌금의 핵심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47.1%가 '헌금은 이유를 막론하고 성도의 의무'라고 답했다. 건강한 답변의 예제로 제시됐던 '사죄와 구원 영생에 대한 성도의 응답'을 꼽은 목회자는 30.0%에 그쳤다.
목회자의 인식 부족은 교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헌금 설교를 얼마나 하는가'라는 질문에 연 1회(32.9%) 반년에 1회(28.6%) 전혀 하지 않는다(10.0%)로 71.5%가 연중 1~2차례에 그쳤다. 헌금 설교 기피 이유로는 '헌금을 강조하는 목회자로 인식될까봐'가 49.1%로 가장 높았다.
또 논문은 목회자들이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역량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교회 대부분이 재정보고를 제직회(41.4%)나 연말 지면을 통해(28.6%) 공지하는 정도였다.
요약하면 ▷신학교에서 '올바른 헌금론'을 목회 후보생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고 ▷배우지 못한 목회자들은 교인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결국 성도들이 율법주의적 헌금론에 사로잡히는 부정적 연쇄반응이 헌금론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특히 논문은 성도들이 '헌금을 못하면 저주를 받는다'거나 '헌금을 많이 하면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다'는 왜곡된 헌금관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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