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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후세들은 무엇으로 우리를 기억할까

Los Angeles

2011.10.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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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화/사회부 기자
뉴욕 자연사박물관에는 비밀이 있다. 모두가 잠든 밤이 되면 박물관 속의 전시물들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를 모르는 야간 경비원은 뛰어다니는 T-렉스 공룡화석과 무덤에서 깨어난 이집트 파라오 아크멘라 칼을 높이 든 루스벨트 대통령의 왁스 인형을 대면하고 혼비백산한다. 그러나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려고 경비원은 무서움을 누르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모든 전시물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아침 햇살이 떠오를 때까지.

2006년 상영됐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의 줄거리다. 이 영화 도입 부문에 '박물관은 지루하다'는 말이 나온다. 맞는 말 같다. 나 역시 학창시절 박물관 견학시간을 썩 재미있어 했던 적이 많지 않았다. 대학시절 패서디나시에 아태박물관이 있고 그곳에 가면 한국과 아시아의 역사를 볼 수 있다는 누군가의 장황한 설명에 찾아갔다. 깨진 도자기들이 유리벽 너머 줄줄이 전시돼 있는 것을 보고는 금세 방문을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변한 건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방문한 후부터다. 방대한 전시물 규모에 압도당하기도 했지만 전시물의 다양함과 자세한 설명이 있는 투어 실내외 각종 이벤트 등은 '박물관은 지루하다'는 선입관을 '재미있고 유익하다'로 바꿔놨다. 결국 하루를 그곳에서 보낸 후부터 새로운 곳을 여행할 때마다 최소한 그 지역을 대표하는 박물관을 방문하자는 나름대로의 여행 철칙을 세웠다. 그렇다면 우리의 박물관은?

지난 5일 LA다운타운에서 열린 '이민자 기록 프로젝트'를 취재했다. 장소는 LA다운타운의 유명 사적지 엘푸에블로 안에 있는 플라자문화원. 이곳은 멕시칸 이민자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그리 넓지 않은 건물 공간에 초창기 LA에서 살았던 멕시칸들의 생활상을 전시해 놓았다. 유리 전시관 너머 이민자들의 의상 변천사를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민자 기록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이민자들의 삶을 기록해 남기는 프로젝트다. 관계자들은 증조부가 어떻게 밀입국했는지 할아버지와 부모 세대는 어떻게 미국에 정착했는지 본인은 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영상에 담아 유튜브와 지역 라디오 유랑 미술전시회 등을 통해 공유한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살던 이민 사업가 두 명이 의기투합해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파머스보험 등 주류기업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주 한인이민사가 100년을 훌쩍 넘긴 한인사회도 이 같은 프로젝트를 할 수 없을까?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그레이스 유 한미연합회 LA지부 사무국장은 "한인 커뮤니티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데 너무 아쉽다"며 "하루 아니 일주일에 한편씩 한인 이민사를 제작해 한인 라디오나 TV에서 소개하기만 해도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텐데 추진 기관과 기금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이민사 기록 프로젝트 뿐만 아니다. 최근 LA시에서 한인타운 투어를 정식으로 시작했지만 투어를 진행할 수 있는 안내원이 없어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한인타운의 역사를 제대로 설명해줄 만한 한인이 없는 것이다. 타운의 형성과정과 현재 모습의 의미 한국음식 소개 등을 타운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안내문 조차도 구하기 어렵다. 한인의 역사와 생활상을 알리는 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답답하고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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