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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헤어짐'] 아프니? 나도 아프다

Los Angeles

2011.10.1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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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잣대로 판단 안돼…차라리 모르는 척
상대방 비방하거나 야단치면 되레 역효과
"그까짓 녀석이 별거냐. 잊어라 잊어. 청승 그만 떨고 공부나 열심히 해." 고등학생 딸이 보이프렌드와 헤어졌을 때 혹 이런 말을 마음에라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10대들의 결별에 크게 무관심한 부모라고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어른들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여러 이유로 가슴앓이를 해본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이 10대였던 시절 체험했던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기억을 까마득히 잊고 산다.

그러나 10대인 아들 혹은 딸의 이성 친구와 결별은 결코 가볍게 취급할 일이 아니다. 감수성이 민감한 10대 때 이성과 헤어지는 것은 자칫 큰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청소년 자살은 어느 사회에나 있고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경우 각종 통계에 따르면 10대들 가운데 약 1%가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려 한다. 이 가운데 약 1%가 진짜로 자살을 결행해 목숨을 잃는다. 즉 미국의 10대 자살은 1만 명에 대략 1명꼴이다.

그러나 우울증이 있는 경우 자살 시도는 여느 10대 청소년들에 비해 15~30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 친구와의 결별을 부모들이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청소년 전문가는 "10대는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비정상적인 데가 한 둘이 아니다"라며 "이성 친구와 헤어지는 걸 사소한 일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어른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10대들에게 남자 혹은 여자 친구와 갈라서는 것은 어른들의 이혼에 못지 않은 충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청소년 상담 전문가들은 10대 자녀가 이성 친구와 갈라서는 걸 눈치챘다면 부모가 매우 용의주도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줄 수 없다면 아예 모르는 척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줍잖게 헤어진 상대를 비방하거나 가슴 아파하는 아들 혹은 딸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대신 자연스럽게 여행이나 운동 등으로 기분 전환의 기회를 만들어준다면 자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접적으로 헤어짐과 관련된 말을 하는 것보다 무엇인가에 새롭게 취미를 붙이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

또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도 자녀가 '이상한 생각'을 하게 할 가능성을 낮춰 준다. 요컨대 무한한 인내심과 함께 깊은 사랑으로 포용하는 것이 이성과 결별한 10대 자녀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라는 것이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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