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보수 공사
이수임(화가·브루클린)
거울 앞에 앉아 눈꼬리를 위로 올리며 남편에게 “고쳐? 말아?” “마음대로 해. 비용은 내가 조달할 테니 확 다른 얼굴로 바꾸던지.” 옆에서 듣고 있던 큰 아이가 “엄마 얼굴에 손대지 마. 엄마 얼굴이 어때서. 난 얼굴 고친 여자가 싫어요. 엄마가 얼굴 고치면 함께 밥 안 먹을래요.” “ 왠 밥은?” “우리 엄마 같지 않아서 밥맛이 떨어질 것 같아서요.” 오랜 만에 서울로 친정 나들이 간 여자가 공항에 마중 나온 성형한 친정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알아보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 엄마가 아닌 그냥 아는 아줌마 같은 느낌에 얼굴 쳐다보기가 민망스러웠다는… “너도 사돈 남 말 한다. 네 걸프렌드가 성형했으면 어찌할 건데?” “어릴 적 사진을 봤더니 지금 하고 똑같던데요. 난 여자 사귀기 전에 꼭 어릴 적 사진 보여 달래요”
“아이고 우리 아들 잘났네!”
나를 닮아 처진 눈을 더욱 늘어뜨리며 작은 아이는 별일 아닌 일로 소란스럽다는 표정이다. “네 걸프렌드는 고치지 않았냐?” “관심 없어요. 고치고 싶으면 고치는 거지요.” 어릴 적엔 학교에서 타오라는 공부상이 아닌 코미디상을 휩쓸며 웃기던 아이가 머리가 컸다고 어찌나 점잔을 떠는지. 무슨 말을 하기가 불편해서야. 나야말로 아들들 눈치 보느라 힘들구나.
일단은 눈이라도 올려야겠다. 운동을 오랫동안 해서 그나마 탄력을 아직은 유지하고 있는 몸과 얼굴이 따로 논다는 남편의 한마디가 고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했다. 남편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디 가서 고쳐야 하지? 성형외과가 너무 많다. 친구 남편이 성형외과 의사인데 남편은 아는 사람에게는 가지 말란다. 무료 봉사가 아닌 돈 받고 아는 사람 집수리해 주면 집에 하자가 생길 때마다 두고두고 욕먹는다며. 성형한 내 얼굴에 하자가 생기면 친구 원망할 거 아니냔 다. 더 눈꺼풀이 무너지기 전에 가긴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갈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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