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남 칼럼 /위약(placebo)효과란 무엇인가?
심신의학과 위약효과는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무엇이든지 믿고 이를 실천하는 것과 모르고 행할 때 생기는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헨리 비쳐 박사가 2차 세계대전에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관찰한 후 이를 의학잡지에 보고한 내용인데, 전투중 부상을 입고 후송되어 온 군인들이 호소하는 통증과 같은 정도의 상해를 입은 일반인들이 호소하는 통증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두가지 경우 조직에 입은 상처의 정도는 비슷하더라도, 일반인들에게 상처가 뜻하는 바는 다르다.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걱정과 함께 잘못하면 직장까지도 잃을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상처로부터 오는 통증을 더 심하게 만들게 된다. 한편,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들에게는 그들의 상처가 주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우선 전쟁터에서는 죽음의 위험이 주변에 항상 있었는데 죽지않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갖게되고, 당분간 전쟁터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에 군인들은 일반인들보다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는 관찰이었다.
같은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처한 상황에 따라서 느끼는 통증에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같은 병이라도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의미에 따라서 통증을 비롯해서 다른 증상에 차이를 보일 수가 있는가? 또한 병의 경과도 다를 수가 있는가? 우리의 두뇌는 선택적으로 입력시키고 이를 분석·처리할 뿐 아니라 입력·분석·처리된 정보를 출력시킬 때 다른 차원으로 출력이 된다는 가설에 타당성을 갖고있다는 말인가? 왜 같은 현상에 대해서 한 사람이 받아들이는 입장과 태도결정은 다른 사람과 현격한 차이가 나게될까? 이는 상당히 의미깊은 질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사람에 따라서 다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세상일과 그 일들이 일어나는 주변상황에는 수만가지의 변형이 있을 것인데, 그 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선택적이지 않고 모두 다같은 입장을 보인다면 이 세상은 천편일률적으로 진정으로 재미없는 세상으로 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두뇌가 선택적으로 받아들인 후 이를 처리하고, 이어서 선택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인류학적인 입장에서 볼 때, 사람들의 두뇌가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않고 오히려 일을 단순화시킬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사람들이 번성하게 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사람들은 외부 및 내부로부터 오는 상황을 그 사람의 경험, 지식, 관점 등 처해있는 입장에 따라서 그 사람에게 맞는 두뇌의 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입력, 분석, 처리 및 출력은 그 사람에게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하게된다는 대전제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위약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를 해야만 별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위약효과란 무엇인가? 위약(플라시보·placebo)는 '나는 당신을 즐겁게 해주렵니다(I shall please you)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있다. 내가 복용하는 이 약은 내 병을 고칠수 있는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게되면서, 그 약을 복용하는 것과 "이 약을 복용해 봤자 무슨 이득을 얻을수 있겠는"가 라는 의심속에서 같은 약을 복용했을 때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나게 된다. 내용은 밀가루로 만든 가짜 약이지만 색깔과 모양은 진짜 약과 똑같을 때, 이 약을 진짜 약으로 알고 복용하게되면 해당되는 약의 효과가 나올 수 있게된다. 이를 위약효과라고 부른다.
위약은 '가짜'라는 뜻이지만 그 속에서 뜻을 찾게 되면 두뇌에서는 이에 상응되는 약리작용을 만들어낼 수도 있게 된다. 반대로 진짜의 약을 복용하면서도 그 약효에 의심을 품는다면, 즉 그 약이 주는 뜻을 떼어버린 다음 약을 복용할 때의 약리작용은 기대치에 도달하기 어렵게 된다. 인간은 뜻을 찾는 존재이며, 뜻을 찾게되면 상상 이상의 힘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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