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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쌀밥 짭조름한 고등어 한점…밥도둑 따로 없네

Los Angeles

2011.10.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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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타운 웨스턴가에 오래된 생선구이 집이 있어. 한번 가볼래?"

이 말 한마디에 운전대를 잡았다. 식당이름도 모른 채다. 오후 12시30분 새하얀 쌀밥 한 숟갈에 짭조름한 고등어 한점이 너무 절실했다.

4가 인근에서 열심히 두리번거리다 눈에 띄는 식당을 발견했다. 식당이름이 '생선구이'였다(정확하게는 완도 숯불 생선구이).

정직한 이름이 왠지 마음에 든다. 문을 열자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완도출신 프로골퍼 최경주의 사진들.

벽마다 온갖 생선 이름들이 빼곡하다.

친구와 함께 고등어 한 마리와 아귀매운탕을 시켰다. 브로콜리.김치.시금치 등 반찬그릇들로 한 상이 금방 채워졌다.

블랙베리가 들어간 샐러드는 좀처럼 보기 못해 맛이 궁금해졌다. 노란 드레싱은 망고 등 과일을 갈아 만든 것 같았는데 솔직히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때 마침 고등어가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식탁에 놓여졌다.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투정에 김옥자(50)씨는 "숯불구이니까 어쩔 수 없죠. 숯불 살짝 피운 그릴 위에 천천히 굽는 거에요"라고 말한다. 마치 한 번 먹어보면 반할테니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거라는 투다.

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 껍질을 보니 저절로 안심이 된다. 배 갈린 고등어 두 쪽에 라임 반개가 전부인 단순한 생선구이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자 오통통한 살점이 한꺼번에 뜯어진다. 향이 진하다. 짭짤한 살점은 두툼하지만 퍽퍽하진 않다. 담백 또 담백. 이것이 바로 고갈비라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자 이제는 얼큰한 아귀매운탕이다. 일반 매운탕보다 연한 오렌지색. 낡은 양은냄비에 두부.팽이버섯.아귀가 보글보글 소리를 낸다.

미끈미끈한 아귀껍질은 하얀 속살과 분리되기 일보직전이다. 한 숟갈 입에 떠넣자 고추가루 양념을 가득 풀어넣은 칼국수 같은 맛이다. 칼칼하지만 맵진 않다. 역시 제철 생선답게 쫄깃쫄깃하다.

옆 테이블을 슬쩍 보니 한 남성이 임연수 한 마리를 양 손으로 들고 야무지게 뜯고 있다. 생선 가시 사이에 달라붙은 바삭바삭한 살점이 맛있어 보인다. 조미료 맛 안 나는 생선이 이름값 했다. 말 그대로 생선구이.

▶ 주소: 357 S Western Ave #101 Los Angeles CA 90020

▶ 문의:(213) 738-7927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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