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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눈치가 필요한 이유

New York

2011.10.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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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한국어 교육
‘눈치’라는 표현은 참 재미있다. 언어적으로 보면 ‘눈으로 하는 어떠한 일’인데, 그 일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눈치와 관련된 표현으로는 ‘눈치를 보다, 눈치를 주다’ 등이 있고, ‘눈치가 있다, 눈치가 없다, 눈치가 빠르다’와 같은 표현이 있다.

보통 눈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눈치를 보다’라는 표현에서 비굴함이 느껴져서 인듯하다. 하지만 눈치와 관련된 다른 표현들을 살펴보면 눈치는 오히려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의사소통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말로 하는 것을 말 그대로 알아듣는 사람은 눈치가 없는 것이다. 친구 집에 갔는데, 친구가 자꾸 피곤하다고 하면 그만 집으로 와야 하는 것이다. 왜 피곤하냐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고 캐묻는 것은 눈치가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어떤 말을 들을 때 눈치가 필요한 이유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상황 판단이 빠를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그야말로 ‘척하면 척’이다. 이런 사람하고 일을 하면 일이 신이 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아니까 불편함이 없는 것이다.

말로 하지 않아도 눈치가 빠른 사람은 다 알아듣는다. 맞선 보는 자리에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주절거리고 있는 주선자는 눈치가 없는 것이다. 슬그머니 있지도 않은 다른 약속을 핑계 대며 일어서 줘야 눈치가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눈짓을 해주어도 이해하지 못하고, 눈에 뭐가 들어갔냐고 물어 보는 사람도 있다. 참 눈치가 없는 경우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에게 답답증을 안겨준다.

눈치 코치라는 말도 생겨났는데, 아마도 보는 것뿐 아니라 냄새 맡는 것에서도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어쩌면 눈치 코치 말고도 우리는 온 몸의 감각을 이용하여 주어진 상황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눈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듯하다. 그래서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라는 속담이 나온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해결해 주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오죽하면 아니 얼마나 좋았으면 스님 계신 곳에서 새우젓을 주겠는가?(갑자기 절에 왜 새우젓이 있었는지는 궁금해진다.)

눈치를 기르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관심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등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무척이나 많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 줄 수 있다. 그러면 서로 통한 것이 된다. 눈치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어로 하는 의사소통보다 상황을 이해하는 것을 더 좋게 생각하였다. ‘그걸 말로 해야 알아!’라는 표현이 보여주는 세계는 ‘눈치’의 세계이다.

하긴 말로 해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으니 말로 해서 알아듣는 것만도 다행일지도 모른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탄식을 생각해 보라. 눈치는 단순히 약삭빠름이 아니다. 눈치는 우리 의사소통의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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