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중 한명인 NBA의 '로고' 제리 웨스트(73). 그가 19일 샌타모니카에서 자서전 'My Charmed Tormented Life(나의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런 삶)' 출간 일환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올해 본보와 인터뷰서 "책 내용이 아주 어두울 것"이라고 앞서 밝혔던 것처럼 그의 자서전에는 기쁨보다는 우울함이 가득하다는 평이다.
그는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말문을 열며 우울증의 중심에는 그의 아버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서도 주제는 '아버지'였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아버지가 싫다(I hate my father)"고 현재 진행형 표현을 쓰면서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온갖 폭행을 당해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매일 혼나고 맞으니까 내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졌다."
그는 우울증이 NBA 선수로서 그리고 단장 등 프런트 멤버로 있었을 때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토로했다. 아버지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흠없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가 됐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성향이 선수와 단장으로서 성공하게 된 이유라고 자기분석을 했다.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자란 그는 아버지가 폭행한 예도 하나 들었다. "그때 파업 등으로 밥 먹기 힘들 때였다. 어머니가 6일 연속으로 나에게 야채만 줬다. 그래서 '더 이상 못먹겠다'고 투정을 부렸는데 바로 아버지의 주먹이 날아왔다. 처참할 정도로 얻어맞았다. 순간 앞이 캄캄했다. 침대에 숨으려고 도망갔지만 아버지가 발을 잡고 나를 끄집어냈다. 어머니는 내가 죽는 줄 알았다. 책에는 이 내용을 넣지 않았다."
웨스트는 주로 무엇으로 맞았냐는 질문에 "(아버지) 손에 잡히는 것에는 다 맞았고 허리띠로 가장 많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느날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맞서기로 결심했다. "엽총을 구했다. 그날 아버지를 향해 총을 들며 '한 번만 나한테 손대면 죽여버리겠다'고 독기를 품으며 말했다.
" 사회자가 "그래도 아버지인데 진짜로 쏠 생각은 아니지 않았느냐"고 하자 웨스트는 "아니 주저하지 않고 바로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 그때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다. 더 이상 맞기 싫었다. 나를 때렸다면 죽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의 폭행은) 엉덩이를 때리며 타이르는 수준이 아닌 엄연한 폭행이었다"고 강조했다.
총을 들며 "죽이겠다"는 아들의 협박에 아버지도 놀란듯 하다. 더 이상 아버지로부터 맞는 일은 없었다.
"나는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렸을 때의 삶 때문에 '사랑(love)'이란 말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부인과 아이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웨스트는 집안에서 사랑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면서 "나는 누군가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강아지와 같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자서전 출간에 대해선 "와이프와 아이들이 다 반대했다. 하지만 나의 인생을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아버지와의 관계가 자신의 아이들과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아마 나의 가장 큰 실패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라면서. 아버지 얼굴만 봐도 구역질이 올랐다는 그가 가장 존경했던 것은 그의 형 데이비드. 하지만 형이 6.25 전쟁 때 전사하면서 그의 우울증이 더 깊어졌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치료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은 안되더라. 죽는 날까지 극복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미스터 클러치'로 명성을 떨쳤던 웨스트는 1972년 우승 올스타 12회 선정 1969년 NBA 파이널 MVP 그리고 44번 레이커스 저지 영구결번 등 누가 봐도 화려한 농구 인생을 살았다. 웨스트는 '어떻게 그런 인생을 살며 농구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었느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안다면서 "하지만 그건 나의 능력에 대한 얘기일 뿐이다. 사람의 인생에서 능력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웨스트는 또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농구코트에서 뛰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했다.
한편 그는 화제를 바꿔 레이커스 단장 시절 필 잭슨 전 레이커스 감독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필에 대한 불만이 하나 있었다. 그의 사무실은 바로 내 사무실 옆에 있었는데도 그는 인사 조차 안했다. 내가 주변에 없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는 나에 대한 존경심도 전혀 없었다."
자서전 집필에 3년이 걸렸다는 웨스트는 "(자서전을 쓰는 게) 카타르시스적일 때도 있는 반면 아주 불쾌한 감정이 들 때도 있었다"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되살리는 부분이 괴로웠다고 밝혔다. "두 세 번 정도는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다"며 "그래도 불행 속에 행복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어린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쓴 동기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