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영화데뷔 엘리자베스올슨
신들린 연기와
진지한 태도로
세상을 흔들다
그녀가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 '마사 마시 메이 마를린(Martha Marcy May Marlene)'이 오늘(21일) 개봉된다. 올슨은 이 영화에서 사이비 종교 집단에 빠졌다 도망나온 주인공 마사 역을 맡았다.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다. 극영화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 할리우드는 이미 그녀에게 완전히 매료됐다. LA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모두 이 주목할 만한 배우의 스토리를 대서특필했다. '올슨'이란 이름에 기대지 않아도 그녀는 이미 할리우드의 '잇 걸'이 됐다. 최근 센추리시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장에서 엘리자베스 올슨을 만났다.
- 영화 출연 계기가 궁금하다.
"지금껏 날 이만큼 흥분시키는 대본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캐릭터를 단번에 아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인공의 심리에 완전히 동화됐다.마사가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허우적대는 과정에 리얼리티가 가득했다. 이런 젊은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가 더 많아야 한다고 언제나 생각해왔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가 내 또래의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은 좀 우습다. 디즈니 공주처럼 순수하고 완벽하던지 아니면 하이스쿨 드라마의 못된 치어리더들처럼 사악하던지 둘 중 하나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도저히 몰입해서 연기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은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힘들진 않았나.
"괜찮았다. 현실과 연기를 구분하는데 별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다.'나는 그런 척 연기를 하고 있을 뿐 실제 그 사람은 아니야'라고 스스로 마인드 콘트롤을 한다."
- 열린 결말이 인상적이다.
"관객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관객들은 뭔가 '만족스러운 결말'을 불만족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우리 영화의 결말은 영리하다. 누구나 '내가 저럴 줄 알았어'할 만 한 모호한 결말이니까. '불만족스러운 결말'로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것. 재미있지 않나."
- 언제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나.
"아주 어려서부터다. 못 믿겠지만 우리 가족끼리 모이면 가장 앞에 나서 재롱을 부리던 것은 언니들이 아닌 나였다고 한다. 유치원때부터 방학 때마다 연극 캠프를 다녔고 친구들과 놀 때도 영화나 뮤지컬 연극 같은 것을 직접 만들고 연습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언니들처럼 '아역 배우'가 되고 싶진 않았다. '성인 배우'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 한 분이 나에게 진짜 프로 연기자가 될 만한 재능이 있다고 북돋워주셨고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하게 됐다. 지금은 NYU에서 공부 중이다. 한 학기 동안은 모스크바에 가서 연극을 공부하기도 했다. 무대 연기가 정말 좋다. '햄릿'의 오필리어나 '세 자매'의 마샤 역을 맡는 게 꿈이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는 '밤으로의 긴 여로'의 메리 타이론 역을 꼭 해보고 싶다."
시트콤계 스타 쌍둥이 언니들 선입견 깨
주연작 개봉 맞아 주류 언론들 대서 특필
"배우로서 쉼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싶어"
- 유명한 언니들과 살아가는 일상은 어떤가.
"어릴 적엔 언니들은 언니들의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갈 것이라고 딱 잘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언니들은 자신들만의 패션 왕국을 만들어내는게 목표고 난 진지한 연기자가 되고 싶었으니 길이 명확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니들에 관한 질문을 받는 것 조차 병적으로 싫어했던 적도 있다. 물론 여전히 언니들과 나는 삶의 방식도 목표하고 있는 지향점도 틀리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이 나 자신을 이루고 있는 부정할 수 없는 요소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차세대 로맨틱 코미디 프린세스가 되는 것 따위에는 관심 없다.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에만 묶여 있는 배우가 되지는 않겠다. 배우 생명을 오래 유지하면서도 쉼없이 내 한계를 시험해볼만한 역할들에 도전하고 싶다. 첫 영화인 '마사 마시 메이 마를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지는 것은 아닐는지 두렵기도 하다. 벌써부터 내려갈 길만 남아있는 배우의 길을 가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영화'마사 마시 메이 마를린'은…
소외되고 방황하던 소녀 마사가 3년간 잠적했다 어느날 갑자기 다시 나타난다. 사이비 종교 집단에 빠져 다른 이름을 쓴 채 살아 왔던 것.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받고 인정받는듯한 느낌에 행복해하던 마사는 점차 그 집단의 실체를 알고 경악하게 되고 탈출을 감행해 하나 뿐인 혈육인 언니 루시 곁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하지만 3년간 철저히 바깥 세상과 격리된 채 기괴한 이념에 사로잡혀 살았단 마사의 트라우마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열린 마음으로 마사를 받아들이려던 루시 역시 점차 지쳐가고 그럴수록 마사의 정신적 상처는 더 강렬하게 그녀를 할퀴며 비집고 나온다. 션 더킨 감독이 각본 겸 연출을 맡았다. 2011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 칸 영화제 젊은 비평가상 수상작이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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