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이사를 자주 했다는 뜻이다. 이 말은 교육에 미치는 환경의 영향을 강조하는데 자주 인용된다.
동양에서 흔히 통용되는 맹모삼천지교가 현대 미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 거주 지역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과 진로 등 교육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시건 대학과 위스컨신 대학 공동 연구팀은 최근 경제적으로 빈곤한 동네에 살 경우 고교 졸업 확률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어떤 학생이 가난한 지역에 오래 머무를수록 그 같은 악영향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빈곤 지역 거주가 길어지면 제대로 고등 학교를 마칠 가능성 또한 더욱 줄어든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고교 졸업 확률은 교육적 성취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잣대로 활용된다.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의 비율이 적은 학교일수록 교육 환경이 일반적으로 양호하다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미시건대 사회연구소 소속으로 이번 조사를 실시한 제프리 우듯키는 “흑인 학생들의 경우 빈곤 지역 거주자라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20% 포인트나 떨어진다”고 밝혔다. 빈곤하지 않은 동네에 사는 흑인 학생의 고교 졸업 확률은 96%인데, 빈곤 지역 학생은 76%로 크게 낮다는 것이다.
백인 학생들은 격차가 좀 작았지만, 사는 동네의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을 경우 고교 졸업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즉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동네에 거주하는 백인 학생의 고교 졸업 확률은 95%인 반면, 빈곤 지역 거주 학생은 87%로 유의미하게 낮았다.
이번 조사는 209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이들의 과거 17년 거주지를 추적 조사한 것으로써 신뢰성이 높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즉 2093명의 학생 개개인의 거주지 변화를 경제적 환경과 연관시켜 분석한 뒤 이들의 고교 졸업 동태를 살핀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빈곤 지역으로 분류한 기준은 주민의 가구 소득 평균치 등이 경제적으로 하위 20%에 해당하는 동네인가 여부였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환경이 나쁜 지역의 경우 고등교육을 받은 어른들의 비율이 적은 등의 이유로 인해 학생들의 인지 능력 등이 제대로 발달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