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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풍경을 그리고, 쓰다…화가 김원숙씨 수필집 ‘그림 선물’ 출간

New York

2011.10.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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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타양살이 40년이 되었다. 긴 세월 동안 집 안팎에서 주로 영어만 쓰고 살았기 때문에 모국어인 한국말이 점점 어눌해지는게 안타까웠다. 쓰지않는 날개가 쪼그라들어 그냥 어깨에 붙어있기만한 것 같이, 그래서 해결책이라고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다.”(책장을 열며)

화가 김원숙(58)씨가 최근 수필집 ‘그림 선물: 화가 김원숙의 이야기하는 붓’(아트북스)을 출간했다. 이 책엔 고백체로 쓰인 에세이와 함께 그의 일기체 그림이 함께 펼쳐진다.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에 사는 김씨는 11월 5일 오후 6시 첼시의 리만모핀갤러리(540 West 26th St.)에서 열리는 알재단의 연례행사에서 수필집 사인회를 할 예정이다. 김씨와 E-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글과 그림 다 같은 ‘놀이’

-2006년 본사 주최로 김정기 시인의 시와 함께 시화전을 열었다. 시화전과 이번 수필집은 어떻게 다를까.

“물론 문인화라는 전통이 있기는 하지만, 시화전이라는 묘한 장르의 쇼는 단 김정기 선생님이시라서 한 번 했다. 시인들의 글에서 영감을 얻는 기회가 많다.”

-글과 그림을 어떻게 작업했나.

“이 책의 글은 그림을 설명하는 글들은 아니다. 설명이 되는 일도 아니다. 그저 이런 그림들이 나오게 된 내 삶의 언저리를 이야기한 것이다. 일기같은 글을 써놓고 그려놓은 그림 중에서 갖다 붙인 것도 있고, 그림을 그려놓고 보고 써내려간 것도 있다. 쓰다 보니 또 다른 이미지가 보여 다른 그림을 그리게된 것도 있다. 그러니 어느 것이 먼저랄 것도 없는 다 같은 놀이다.”

-그림과 글의 차이는.

“그림은 음악처럼 사람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그려내는 예술이다. 그런데, 문학은, 특히 시의 세계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언어로 나타내는 예술이라서 더욱 신기하다. 글에는 그림처럼 적당히 숨어버릴 곳이 없다. 내겐 신선한 도전이다.”

-그리기와 글쓰기의 습관은 어떻게 다른가.

“글은 어릴때 일기 쓰는 버릇 이후 계속 써왔다. 특히 한국말이 어눌해지는 나그네에겐 꼭 노력해야되는 점이 아닐까.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그리는 것이 그림이고, 글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세계다. 사과도 오렌지도 다 맛있는 것이다.”

-그림과 글의 영감은 어디서 오나.

“둘 다 아마 같은 곳 마음 속 어디에서 오는 것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책, 자연…세상 모두가 다 ‘그림밥’이다.”

-19세에 미국으로 이주했으니, 글쓰기가 도전이었을텐데.

“물론, 우리 다 그렇듯이 내 경우 특히 영어권의 가족 생활로 더욱 한국말이 주 언어가 아니라서 많이 읽고, 쓰고 노력했다. ”

-한국어 책을 종종 읽었나. 좋아하는 작가는.

“너무 많지만, 미당 서정주가 단연 최고다. 정현종, 박완서, 신경숙, 문정희 등등 끝이 없다.”

-자녀에게도 책을 읽어주는 엄마였나.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이 밤마다 읽어 주었다.”

내 그림은 삶의 부산물

“나의 그림들은 자화상의 요소가 많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 내 마음에 와 닿는 정경들, 나를 들뜨게 하는 것들, 내가 무서워하는 그림자들, 내가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이 모두 그림이 된다. ‘나’라는 작은 우주 속에 떠다니는 수많은 소리, 기억, 이야기, 그리움, 꿈 등의 이미지들이 화폭에 내려앉아 자기 자리들을 잡고 이어져서 그림이 만들어진다. 내가 살아내는 삶의 일기책이다.”(페이지218)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유학할 때 미국을 주도한 화풍은.

“그때는 색면(color field)라는 추상이 대세였다.”

-그런데, 추상을 따르지 않았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해왔는데.

“대학 때 나의 스타일을 정했다. 추상은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내 취향은 아니었다. 99% 학생이 추상을 하는데, 나 혼자 못난이였거나 아니면 잘난 척을 한 셈이다.”

-지난 40년간 그림이 진화했나.

“뭐, 계속 똑같지는 않아도 내 그림은 큰 변화보다는 같은 공감을 추구하고 있는 듯 하다.”

-김원숙 그림은 자화상, 고백체, 일기같은 그림이라 평한다. 과거 작품 속에 당시의 마음상태가 느껴지나.

“그렇다. 너무도.”

-기독교인이다. 종교가 그림에 영향을 주나.

“물론이다. 모든 것이 소재다.”

-그림 속에 한국적인 정서가 보인다.

“옛날 이야기와 특히 미당 서정주가 소개하는 삼국유사에서 영감을 받곤 했다.”

-그림이 외로움과 슬픔의 치유가 될까.

“그렇다! 외로움이나 슬픔은 다른 이도 같은 느낌이라고 알고 나면 도움이 되지않나. 그림은 그런 마음을 전할 수 있고, 아름다움은 항상 위로이기 때문이다.”

-인생에 굴곡도 많았다. 그림은 자신에게 무엇인가.

“그림은 엄청난 축복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루종일, 매일 할 수 있고, 그걸로 자기과시도 하고, 돈도 벌고,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행운아다.”

-현재 행복한가.

“행복하다. 삶이란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갖는 고통 말고, 아주 행복하고 감사하게 살고 있다.”

☞김원숙 =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나 1972년 홍익대학교 재학 중 미국으로 이주 일리노이주립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76년 일리노이주립대 비주얼아트센터와 명동화랑에서 개인전을 연 후 미국, 한국, 독일, 브라질 등지에서 40여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1995년 유엔에서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됐다. 지난해 12월 본사 주최 15인의 중견작가전에 참가했다.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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