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졸업생들의 취업구호는 “월 스트리트로 가자”다. 뉴욕 월 스트리트 금융가에서 높은 연봉과 보너스를 받고 일하는 꿈을 이루는 것이다. 이런 취업선호 열풍은 한국 동포사회에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그 동안 대학 또는 대학원 문을 나서는 많은 2세 또는 1.5세들의 취업 꿈은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엔지니어 등 전문직들이었다. 이 전문직들은 사회적인 명성과 함께 비교적 높은 연봉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이러한 취업경향이 바뀌어 지고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라 할 지라도 월 스트리트 투자금융회사에 취직하면 위에서 말한 전문직에서 10여 년 동안 고생한 후에 받는 연봉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월 스트리트로 가자”를 외친다.
“월 스트리트로 가자”가 주는 결과가 실제로 내 주위에서 일어 나고 있다. 그 동안 잘 나가던 전문부문을 전공한 졸업생이라 할 지라도 지금은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일뿐 아니라 취직이 되어도 연봉이 4-5만 달러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경기가 나빠졌다는 의미다.
그런데 월 스트리트에 취직한 대학졸업생들은 초봉이 10~15만 달러이고 성과에 따른 보너스까지 합치면 최소 20만 달러는 받는다는 소문이다. 대학원에서 MBA학위를 하고 월 스트리트에 진입한 졸업생의 경우는 대학졸업의 경우보다 적어도 10만 달러는 더 받는다고 한다. 아이비리그 출신들은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월 스트리트는 이를 테면 ‘신이 내린 직장’이다. 따라서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머리를 싸매고 월 스트리트에 진입하려고 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는 속담처럼 높은 연봉을 받는 데는 그만큼 노력과 고생도 수반한다고 한다. 보너스는 같은 직원들 사이 또는 다른 회사들 사이와의 피나는 경쟁을 통해 얻어지는 ‘전리품’이다. 잘 나가는 월 스트리트의 한 젊은이가 들려주는 고백은 이렇다.
“우리는 늘 긴장 속에서 삽니다. 어떤 때는 일을 해 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9 to 5 직장생활과는 질이 다른 고생을 겪습니다.”
지난 9월 17일 한 젊은 뉴욕시민 라니 니힐지오씨가 트위터에 남긴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하는 메시지는 수식간에 미국 젊은 이들 사이에 번져 탐욕스러운 월 스트리트, 부패한 금융자본, 그리고 이를 방조한 미국정부를 규탄하는 대 규모의 시위로 번져 미국에서 뉴욕 워싱턴 보스턴 시카고 LA등 대 도시 등에서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대만 한국 등 1백여 외국도시로까지 번졌다.
청년중심으로 시작된 이 시위는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전 시민으로 확산되었으며 노동계 시민단체 등도 가세하게 되었다. 이들의 항거는 세계적인 불경기로 인해 99%의 국민은 허덕이고 있는데 1%의 금융가 종사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자신들만 배불리 먹고 잘 산다는 부조리에 기인한 것. 부의 사회적인 불평등에 대한 고발이다.
지난 1일 2000여명의 시민들이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석했다. 이 중 7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이 때 월 스트리트의 직원들의 모습들이 금융가 빌딩 창문들을 통해 TV 미디어에 비추어 지었다. 그들은 커피잔을 들고서 시위대를 조롱하듯 비웃는 모습으로 시위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TV 미디어는 이 광경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이 얼마나 대조적인 모습인가?’라는 질문을 달기도 했다.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의 근원은 2008년 월 스트리트의 금융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금융회사들이 그들의 불실 경영으로 수백억 달러의 적자를 내고 파산 직전에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프라임 대출사태다. 이 금융사태로 세계적인 금융투자회사인 리만 브라더스가 문을 닫았다. 월 스트리트 투자금융회사들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 미국정부가 수백 억 달러를 퍼부어 구제금융을 실시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공적 자금이다.
99% 국민의 부담으로 1% 금융회사를 살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살아난 금융회사들은 그 동안 남은 이익금으로 공적 자금을 갚기보다는 대주주의 배당금과 경영간부들의 보너스 나누어 먹기에 혈안이 되었다. 정부는 이에 대한 국민이 납득 할 만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금융사태는 한국금융가에도 몰아쳤다. 한국정부는 160조원의 공적 자금으로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들을 살렸다. 이들 금융회사들이 금년에 벌어들일 이익금은 22조원이 넘는다. 이들도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배당잔치’와 ‘연봉인상 잔치’를 벌일 판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시장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 사태다. 문제해결은 정부가 나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