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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평균수명…의미있는 노년 어디서 보낼까?

부모 공경·부양 생각하면 '고국'
노인 의료·복지 따져보니 '미국'

'미국에서 늙는 게 좋다?'

'장수시대'는 한때 나라를 가릴 것 없이 찬사로 통했다. 그러나 기대 수명 100세가 멀지 않은 지금 장수 시대는 그 빛과 함께 그림자 또한 짙고 커졌다. 한인들 특히 대략 50세 이상의 한인들이라면 자신과 부모들의 '장차'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한인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골치거리 일 수도 있다. 미국에서 말년을 보낼 수도 있고 인생의 마지막을 고국에서 날 수도 있다. 부모 공경과 부양이라는 한인들 특유의 문화도 결정을 한층 어렵게 한다. 게다가 경제라는 변수까지 생각한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고려를 접고 냉정하게 통계수치만을 따진다면 미국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할 경우 미국의 평균 수명은 약 79세이다. 반면 한국은 81세에 육박하고 있다. 양국 국민의 평균 수명은 현재 2세 차이도 나지 않지만 사반세기 전만 돌아본다면 얘기가 확 달라진다. 25년 전인 지난 1985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68.5세였다. 반면 미국인은 74.6세였다. 평균 6년 이상 미국 사람이 오래 살았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계속해 상당히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인의 수명은 거의 정체 상태일 정도로 잘 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오래 사는 한국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편이 좋을까.

한국에서 획기적인 고령자 대책이 나온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경험칙 즉 지금까지의 관성으로만 본다면 미국 쪽이 약간 낫다고 할 수 있다. 시니어에 대한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정책의지 관행 등은 꽤 뿌리가 깊고 튼튼하다. 젊은 노동력의 감소로 예전만한 활력을 기대할 수 없지만 미국 노인 복지의 큰 틀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내년에 만 50세가 되는 한인 변호사 L씨의 고민이 바로 이 대목과 맞닿아 있다. "어머님을 생각하면 또 고국에 대한 정을 고려하면 한국으로 이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으로 옮겨가면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상황과 맞부딪힐 것입니다. 어머님이 서울처럼 복잡한 도시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상 한국으로 들어가도 모시고 살 수 없다는 문제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혼자 들어가서 사시라고 할 수도 없고요."

L씨는 모친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잠정적으로 미국 잔류를 결정했다. 고국에서와 같은 정을 느낄 수 없을지라도 미국에서는 일정한 수준에서 노인 의료와 복지 등이 보장될 것이라고 내다보기 때문이다.

역시 나이 쉰인 K씨는 L변호사와 같은 판단을 하고 있지만 본인은 한국에서 말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소셜 시큐리티도 있고 노후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로 미국이 확실히 낫죠. 하지만 90세 아니 100세까지 살아야 할지도 모를 삶을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새롭게 노후 생활을 설계하고 싶습니다." K씨는 위험을 감수하는 줄 알지만 한국에서 더 의미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1세기 인류 특히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조용한 혁명'의 시기를 맞고 있다. 교통사고나 암과 같은 치명적 질병만 피한다면 보편적으로 기대수명 100세를 바라볼 수 있는 시대이다. 인류 탄생 이후 초유의 실험이 바로 이 시간 진행중이다. 개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와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이 '노령화'라는 실험대 위에 올려져 있다. 골머리가 아프겠지만 노령에 접어드는 한인들에게는 그래도 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다는 점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다행이다. 늙어서 어디에 살 것인가. 한국인가 미국인가 그 것이 문제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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