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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세상] "우리 모두 식인종이다"

이상희/UC리버사이드 교수·인류학

올해 초 '식인종은 어디에도 없다'는 내용을 글을 썼는데 반박성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파푸아뉴기니에 분명히 식인종이 있다. 그 사람들은 식인 풍습 때문에 죽을 병에도 걸렸다고 하더라. 그럼 그건 뭐냐?"

파푸아 뉴기니에 사는 포레족은 인류학과 의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부족이다. 1950년대에 포레족에서는 이상한 질병이 돌았다. 온 몸이 심하게 떨리기 때문에 '떨린다'는 뜻의 '쿠루'가 병명인데 발작적인 웃음 때문에 '웃는 병'이라고도 불렸다. 증세가 나타나면 3개월에서 2년 정도 생존하는데 그 기간 동안 신경계통이 손상되면서 온 몸을 점점 못쓰게 되어 모든 기능이 서서히 멈추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쿠루를 연구하던 가이두섹 박사는 포레족의 식인 풍습에 대해 읽고 쿠루에 주로 걸리는 여자와 아이들은 죽은 사람의 뇌를 먹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쿠루의 원인은 마치 유전자처럼 행동하는 단백질인 프리온인데 프리온의 존재 발견은 쿠루 연구가 처음이다.

이후 프리온에 의한 병이 차례로 밝혀졌는데 최근 크게 문제가 된 광우병 역시 프리온에 의한 병이다. 광우병은 소의 뇌를 사료로 먹인 소에서 생기는 병으로 포레족의 쿠루와 흡사하다. 가이두섹 박사는 프리온 발견을 계기로 1976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포레족은 식인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포레족은 과연 식인종이었을까? 포레족의 식인 풍습으로 알려진 행위는 그들의 장례 절차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모계 친족 여성들이 시신을 다듬는다. 시신의 손과 발을 자르고 팔과 다리의 살을 저며낸다. 그 다음에는 뇌를 꺼내고 배를 갈라서 장기를 들어낸다. 그렇게 저며낸 살은 주로 남자들이 먹으며 뇌.장기 등은 주로 여자들이 먹는다. 손질하는 중에 옆에서 구경하는 아이들도 먹는다.

사실 쿠루는 포레족에게 간혹 나타나는 풍토병이었으며 전염은 드물었다. 1950년대에 쿠루로 인해 1000명이 죽은 사건은 결국 한 사람에게서 기인하였다는 해석이 정설이다. 쿠루는 시신의 뇌를 먹는 일 뿐 아니라 몸의 상처를 통해서도 전염된다. 시신을 손질한 여자들이 상처난 손으로 일을 계속 할 경우 전염되는 것이다.

포레족은 왜 그런 끔찍한 장례를 치를까? 그들은 죽은 사람을 먹음으로써 죽은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의 일부가 되어 죽은 후에도 계속 살게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우리 모두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아마존의 야노마모족은 죽은 사람을 화장하여 그 재를 죽에 섞어 마을 사람들끼리 나눠 먹는다. 기독교에서 엄숙히 행해지는 성찬식에서는 예수가 빵을 뜯어 자신의 몸이라며 먹기를 권하고 포도주를 자신의 피라며 마시기를 권한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를 기억하라"고 한다.

포레족은 생사람을 잡아 먹는 식인종이 아니다. 죽은 사람을 뜯어 먹는 식인 좀비도 아니다. 그들의 식인 풍습은 겉으로 나타나는 끔찍한 모습을 걷어내면 차라리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의 갈망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어도 계속 함께 한다는 눈물겨운 믿음이다. 포레족이 식인종이라면 우리 모두 식인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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